‘그 때에 요한의 제자들이 예수께 나아와 가로되 우리와 바리새인들은 금식하는데 어찌하여 당신의 제자들은 금식하지 아니하나이까 예수께서 저희에게 이르시되 혼인집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을 동안에 슬퍼할 수 있느뇨 그러나 신랑을 빼앗길 날이 이르리니 그 때에는 금식할 것이니라. 생베 조각을 낡은 옷에 붙이는 자가 없나니 이는 기운 것이 그 옷을 당기어 해어짐이 더하게 됨이요,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지 아니하나니 그렇게 하면 부대가 터져 포도주도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됨이라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둘이 다 보전되느니라..’
* 금식에 대한 논쟁
세례요한의 제자들이 예수님을 찾아와서 주님과 더불어 금식에 대한 논쟁을 벌리었다. 세례요한의 제자들 역시 구태의연하고 경직된 종교제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채 금식문제를 놓고 예수님을 비난하고 있음을 본다. 특히 그들은 자신들이 실행하고 있는 금식에 관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은근히 자신들의 경건함을 과시하고, 한편으로는 예수님의 제자들이 무절제하고 향락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 분명 이러한 그들의 비난은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의 선동에 의한 것으로 메시야이자 왕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하여 당시의 모든 종교 세력들이 연합을 했음을 보여 준다.
금식은 유대인들의 종교의식으로 매우 중요한 것이 되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원래의 금식정신을 벗어나서 자신들의 외형적인 경견의 자랑거리로 삼았다. 요한의 제자들과 벌린 금식논쟁에서 예수님의 금식에 대한 관점은 매우 새로운 것이었다. 유대인들의 결혼식은 매우 특별한 축제이다. 신혼부부는 혼례예식이 끝나면 곧 바로 신혼여행을 떠나지 않고 집에 머물면서 한 주간 동안 손님들과 지낸다. 그 기간 동안 신랑신부는 왕과 왕후처럼 옷을 화려하게 차려 입고 또 그러한 대우를 받는다. 그 한 주간 동안 그들은 가장 친한 친구들과 기쁨을 나누고 즐기는 것이다. 이 가장 친한 친구들을 예수님은 ‘신랑의 친구’들이라고 부른다. 신랑의 친구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혼인 잔치의 기쁨을 일생에 한 번쯤 맛볼 수 있는 일이다. 예수님은 자신을 ‘신랑’으로 제자들을 ‘신랑의 친구’들로 비유하셨다. 이런 기쁨의 축제의 시간이 어찌 슬픔과 잔인함과 같이 할 수 있겠는가! 이때는 금식의 때가 아니고 일생에 한 번 있는 즐거움과 기쁨의 때이다. 이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것을 제시한다.
(1) 예수님과 함께 있음이 기쁨이다. 예수님의 임재는 어떤 그리스도인이든 그 삶에 순수하고 전율하는 감격을 가져다 준다. 예수님을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모신 사람은 어둠에 둘러싸인 기독교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예수님은 빛이시기 때문에 그와 함께 인생을 걷는 사람은 기쁨으로 빛나는 걸음을 걷는 것이다.
(2) 기독교 신앙의 정신은 자유와 전진의 정신이다. “우리와 바리새인들은 금식하는데 어찌하여 당신의 제자들은 금식하지 아니하나이까?”(14절)..하는 질문은 사람들의 관습과 어떤 규율에 위엄과 권위를 주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보여준다. 자기에게 유익하고 도움이 되는 종교적인 관습과 규율이 모든 상황에서 모든 사람에게 구속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을 범하는 것이다. 즉 자신들이 받아 들여 행하고 있는 종교적인 관습과 규례들은 항상 모든 사람이 다 순종해야 하는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러한 세례 요한의 제자적인 생각들은 오늘 우리 시대에도 행하여지고 있다. 관습과 규례가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고 해서 그 관습과 규례로 다른 사람들을 방해할 권리는 없다. 우리를 고취시키고 향상시키는 것이 다른 사람들을 짓밟을 수 도 있고 그들을 구속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시적인 것을 불변적인 것으로 변형시키고, 지엽적인 것을 보편적인 것으로 변형시키고자 할 때 다른 사람에게 해(害)를 입히게 됨을 알아야 한다.
더구나 인간이 만들어 놓은 형식에 부당한 경의를 표함으로 그들은 보이지 않고 변함이 없는 하나님의 명령과 규범에 대한 인간의 관심을 감소시키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거룩한 삶은 형식과 체제의 모든 변화를 초월한다. 그래서 예수님은 말씀 하신다 “생배조각을 낡은 옷에 붙여서는 안 된다”(16절)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부대에 넣어서는 안 된다..”(17절)
* 새로운 이념의 문제
새로운 이념이 인간들의 마음속에 들어가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말씀하신다. 그러나 그것이 어렵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예수님은 자신이 사람들에게 새로운 이념과 새로운 개념을 주려고 왔음을 말씀하신다. 예수님은 사람들이 이해 할 수 있는 두 가지 예를 들어 말씀하신다.
(1) 생베조각을 낡은 옷에 붙여서는 안 된다. ‘생베 조각을 낡은 옷에 붙이는 자가 없나니 이는 기운 것이 그 옷을 당기어 해어짐이 더하게 됨이요.’(16절) 유대인들이 하나님을 가장 잘 공경하는 것은 하나님의 율법을 가장 잘 수호하는 것이었다. 율법주위에 울타리를 단단히 치는 것이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의 사명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율법 이외의 새로운 사상이란 잘못이 아니라 죄인 것이다.
오늘날에도 그러한 정신이 없어지지 않았다. 우리들의 교회 안에서도 새로운 사상이나 새로운 방법론 또는 어떤 변화가 시도 될 때에는 “우리는 그러한 것을 전에는 결코 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재빠른 반대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교회는 항상 옛것에 집착하여 왔다. 그러나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새 천 조각을 낡은 옷에 대고 깁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이제는 어떤 옛것은 버리고 전적으로 새롭게 일을 시작할 때가 왔다고 하신다.
우리는 진보적이고 성장발전을 위해 몸부림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고리타분하고 고지식(固知識) 적인 수단은 이제 버려야 될 때가 된 것이다. 교회도 새 시대의 새로운 시도들을 받아들일 때가 온 것이다. 예수님은 ‘생배조각’과 ‘새 가죽부대’ 교훈을 통해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변화를 요구하신다. 만일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주님의 이 같은 요구를 회피한다면 그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고,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과거(過擧)를 섬기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교회의 정치나 교회의 봉사나 신앙의 표현을 현대의 요구에 맞게 하기 위하여 그것을 조절하고 그것들을 고치도록 노력할 때, 시대의 시련을 견디어오면서 과거에 속한 사람들이 위안을 얻고 신뢰를 얻어온 좋은 것들에 대하여 무모하고 무감각적으로 폐지하려드는 것도 조심해야 되는 것도 사실이다.
(2)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부대에 넣어서는 안 된다.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부대에 넣지 아니하나니 그렇게 하면 부대가 터져 포도주도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됨이라,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둘이 다 보전 되느니라..’(17절) 요즘은 병(甁)을 사용하지만 옛날에는 가죽부대를 사용하여 포도주를 저장하였다. 새 가죽부대는 신축성이 좋아서 새 포도주에서 발효된 가스(gas)로 인하여 팽창하여도 잘 견뎌낸다. 그러나 헌 가죽부대는 신축성을 잃어버렸고 부대가 딱딱하게 굳어졌기 때문에 새 포도주에서 발효된 가스가 팽창하게 되면 터져버려서 포도주를 못 쓰게 되는 것이다. 예수님이 이 비유를 사용하신 의도는 너무나 자명하다. 우리의 마음은 새로운 사상들을 포용하고 받아들이는데 충분한 신축성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발전하는 역사란 폐쇄된 마음의 편견을 뛰어넘는 것이다.
헌옷과 새 옷은 옷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묵은 포도주와 새 포도주는 포도주라는 점에 있어서는 동일하다. 이처럼 구약의 종교와 신약의 종교가 질(質)에 있어서 차이가 없다면 그것은 본질적으로 종류에 있어서는 동일하다. 그러나 새로운 종교를 옛 종교의 조건들로 제한하거나 기독교의 신앙과 생활을 바리새인들의 규범 또는 세례요한의 제자들의 규범 하에 두고자 하는 것은 그 어떠한 유익한 목적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예수님은 그 분이 바리새주의를 보완시키거나 랍비주의를 발전시키거나 또는 그의 가르침과 교훈을 후기 유대교의 엄격한 형식에 적용시키려고 이 세상에 오신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셨다. 옛것과 새 것을 강제로 합하게 되면 두 가지 모두에게 해(害)가 될 뿐이다. 생베조각을 낡은 옷에다 붙이면 둘 다 버리게 된다는 예화에서 이러한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기독교를 단순히 랍비적인 유대교에 대한 보충으로 생각하는 것은 기독교를 더럽힐 뿐 아니라 유대교를 보전 하지도 못하게 만드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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