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거기서 떠나가실 쌔 두 소경이 따라 오며 소리 질러 가로되 다윗의 자손이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더니 예수께서 집에 들어가시매 소경들이 나아오거늘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능히 이 일 할 줄을 믿느냐 대답하되 주여 그러하오이다 하니 이에 예수께서 저희 눈을 만지시며 가라사대 너희 믿음대로 되라 하신대 그 눈들이 밝아진지라 예수께서 엄히 경계하시되 삼가 아무에게도 알게 하지 말라 하셨으나 저희가 나가서 예수의 소문을 그 온 땅에 전파 하니라...’
팔레스티나 지방에는 극심한 모래 바람과 석회석의 먼지로 인하여 갖가지 안질을 유발시키는 눈병이 흔하였다. 때로는 동녘에서 떠오르는 태양의 강열한 자외선의 영양으로 시력이 저하되는 안질이 유발되기도 하고, 불결한 환경으로 위생 상태가 나빠서 안질 병을 가져오기도 하였다. 그리고 많은 파리 떼들이 시력을 잃게 하는 전염병을 옮기기도 하였다. 그래서 예수님의 사역 중에도 소경치유 기사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마20:29-34, 막10:46-52, 눅18:34-43)
우리는 예수님께 나아온 두 소경의 모습에서 은혜를 체험하는 중요한 길을 배울 수 있게 됨으로 그들의 소경됨이 자신들에게는 불행한 사건이었을지라도 후대의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은혜의 통로가 되었음을 발견하고 두 소경에게 감사의 감정을 가지게도 된다.
* 두 가지 요청
본분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면 두 가지 종류의 요청이 있음을 알게 된다. 처음의 요청은 두 소경이 예수님께 한 요청이다. ‘두 소경이 따라오며 소리 질러 가로되 다윗의 자손이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27절) 그리고 두 번째 요청은 예수께서 소경들에게 하신 요청이다. ‘예수께서 엄히 경계하시되 삼가 아무에게도 알게 하지 말라..’(30절) 그런데 첫 번째 요청은 응낙(應諾) 되었으나, 두 번째 요청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두 번째의 주님의 요청에 대하여는 사람들이 그것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두 가지 주장이 있다.
(1) 두 소경이 너무나도 놀랍고 큰일을 경험했기 때문에 도저히 그 흥분된 일을 가만히 눌러 둘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라도 그랬을 것이다. 한 번도 세상을 볼 수 없었던 눈이 환하게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눈을 떴으니 어찌 그 감격을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럴 경우 대체로 간증이라는 명분으로 널리 멀리 다른 사람들의 귀에 들려주기를 원하는 것이 소위 은혜 체험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이다.
(2) 저들의 신앙의 경박성(輕薄性) 때문이다.(Calvin, Clarke) 두 소경이 예수님의 요청을 이행하지 않은 것은 그들이 예수님을 찬양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설령 그렇다고 좋게 이해하더라도 분명한 것은 그들이 예수님의 경계하심을 등한히 하므로 그리스도의 사역에 장애를 가져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아무리 내게 주신 은혜가 크고 놀라워서 도무지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게 되는 경지에 가더라도 하나님의 명령을 순종하는 것만큼이나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들은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삼상15:22) 는 진리를 깨닫지 못한 처사라고 할 수 있다.
* 다윗의 자손
이것은 두 소경이 뒤에서 예수님을 바라보고 부른 호칭이다. ‘다윗의 자손’이란 당시에는 예수님을 향하여 통속적으로 불리우 던 이름은 아니었다. 복음서 안에서 이 칭호를 연구할 때.. 그 칭호는 예수를 좀 더 알고 있는 사람이나 무리들에 의해서 항상 사용되었음을 발견하게 된다.(마15:22, 20:30-31, 막10:47, 12:35-37) 대부분의 유대인들은 주님을 그렇게 부르지 아니하였고, 그들은 예수님을 ‘그리스도’ 로 예우하지 아니하였다. 그런데 두 소경은 주님을 ‘다윗의 자손’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들은 외형적인 육체적인 소경이었으나 마음으로 영으로는 소경은 아니었다.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다윗의 자손’이란 그들에게 자유를 회복시켜 줄 뿐 아니라, 그들에게 힘과 영광과 위대함과 또 세계를 정복하도록 이끌 지도자를 다윗의 혈통에서 구했다. 이것이 유대인들이 기다리던 다윗의 자손에서 올 메시아의 모습이었다. 두 소경은 예수를 바로 이와 같은 사람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두 소경은 유대인들이 예수에 대하여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알았으나 그러나 두 소경들이 고백한 ‘다윗의 자손’은 예수님이 하시고자 하는 메시아 사역과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두 소경을 고쳐 주셨다. 예수께서 사람을 다루는 방법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울 수가 있다.
* 예수의 기다림
두 소경이 뒤에서 예수님을 부를 때 주님은 그들에게 즉시로 대답하시지 않았다. 얼마간이지는 모르지만 예수님이 어느 집에 들어가 앉으셨고, 두 소경이 계속 소리를 지르며 그곳까지 따라 왔을 때 예수님은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능히 이 일을 이룰 줄을 믿느냐..”(28절) 이것은 예수님께서 두 소경에 대하여 그들의 소원이 얼마나 성실하며 그들의 필요를 느끼는 것이 얼마나 간절한 것인지 알기원해서이다.
길 가실 때 두 소경이 예수님을 부른 것은 그들이 여러 사람의 떠드는 소리를 듣고 덩달아 소리 지른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소경들 가운데는 그들의 약함을 과히 싫어하지 않는 사람들도 적잖게 있으며, 만약 그들이 솔직하다면 그들은 그의 자신들의 죄를 내어버리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예수님은 이렇게 두 소경이 얼마나 진지하고 열열 하게 그들을 질병에서 놓임 받기를 원하고 있는 가를 확실히 하기 위하여 그들의 부르짖음에 대한 응답을 기다리시고 미루셨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 우리가 간구하는바 하나님의 은혜가 즉각적인 응답이 없다고 할지라도, 우리가 그 은혜를 기다리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하나님이 우리를 향하여 더 진지하게 우리의 성실하고 열정 있는 믿음을 기다리고 계심을 알아야 한다.
* 충분한 열정
본문에서 더 우리가 주목해야 될 것은 그 두 소경의 노력과 간구의 열정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끈질긴 열정이라고 할 수 있다. 소경들이 어떤 사람을 따라 가는 것은 결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아마도 이 두 소경들도 그리스도를 쫒아 가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그들은 예수를 쫒는다.(27절) 그들은 예수를 따라 집안까지 따라 간다.(28절) 그리고 그들은 마침내 예수님 앞에 까지 다가간다. 이것은 그 어떤 것도 그 소경의 믿음의 힘을 더 입증할 만한 것을 다른 데서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주님 앞에서 공개적으로 신앙을 고백한다. “내가 능히 이 일 할 줄을 믿느냐?”..는 주님의 질문에 “주여 그러하오이다..”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즉각 이루어졌을 때 그들이 요구한 모든 일들이 행해졌다. 만짐에 의해서 이루어 졌고, 말씀에 의해서 행해졌다. 그들의 눈이 밝아졌고, 그리하여 그들은 그리스도를 바라본다. 얼마나 놀라운 이중적인 축복을 받았는가! 그리스도인은 항상 두 소경이 받은 이중적인 축복을 받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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