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4:9-14/ 잊어버릴까 삼가라 / 한경직 목사 2014-08-26 15:49:06 read : 16983 내용넓게보기. 프린트하기
“오직 너는 스스로 삼가며 네 마음을 힘써 지키라 두렵건대 네가 그 목도한 일을 잊어버릴까 하노라 두렵건대 네 생존하는 날 동안에 그 일들이 네 마음에서 떠날까 하노라 너는 그 일들을 네 아들들과 네 손자들에게 알게 하라” 신명기 4장 9절을 다시 봉독하였습니다.
옛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신 경계의 말씀이올시다. “오직 너는 스스로 삼가며 네 마음을 힘써 지키라 두렵건대 네가 그 목도한 일을 잊어버릴까 하노라” 이것뿐만 아니고, 신명기 전체를 통하여 이러한 경고가 종종 반복됩니다. 신명기 8장 11절에도 “네 하나님 여호와를 잊어버리게 되지 않도록 삼갈지어다”라는 말씀이 있고, 14절에도 “두렵건대 네 마음이 교만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잊어버릴까 하노라”는 말씀도 있습니다.
사실 신앙생활에 있어서 잊어버려야 할 것도 더러 있습니다. 가령 과거의 실패 혹은 성공까지도 대체로 잊어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과거의 실패를 너무 생각하면 현재의 일에 방해가 될 수 있고, 과거의 성공을 너무 생각하면 교만의 시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특별히 개인적으로 과거에 입은 상처나 원한 같은 것은 잊어버리는 것이 유익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사도 바울은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달음질한다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의 신앙을 지키고 옳게 인생길을 걸어가자면, 반드시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해야 할 것들이 또한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시간 ‘잊어버릴까 삼가라’ 하는 교훈을 특별히 생각하고자 합니다. 꼭 잊어버리지 않도록 삼갈 것들이 더러 있습니다. 저는 이 시간 개인적으로 두어 가지, 또 민족적으로 두어 가지를 생각해서 우리 신앙생활에 경계를 삼고자 합니다.
먼저,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에 우리는 은혜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삼가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이든지 사람의 은혜이든지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배은망덕한 인간이 되지 않도록 삼가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따금 조용한 시간에 나의 70평생을 회고할 때에 실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람의 은혜가 태산과 같이 큰 것을 느끼게 됩니다. 우선 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할 때에 그러하고, 내가 출생할 무렵에 내가 사는 촌에 하나님께서는 미국 선교사와 한국 초대 교회 지도자들을 통하여 교회를 세워 주었고, 그리하여서 나는 어렸을 적부터 교회에 나가서 찬송을 배우고 성경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것뿐이 아니고, 그때에 교회의 지도자들은 진광학교라는 자그마한 사립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또한 세워서 나는 우리 마을에 있던 서당에 가지 아니하고, 처음부터 기독교 학교에서 한문만 아니고, 모든 신학문까지 배우게 되었습니다. 생각하면 모두 첫째는 하나님의 은혜요, 둘째는 사람의 은혜입니다.
국민학교를 마치고 아버지와 국민학교 선생의 지도로 고향을 떠나서 멀리 정주 오산학교로 갔는데, 그 학교는 바로 위대한 애국자요, 또한 장로이시던 남강 이승훈 선생께서 자기 사재를 털어 세워 주었고, 역시 우리 민족의 대지도자이시고, 또한 장로이신 고당 조만식 선생께서 그때에 듣는 대로, 월급은 한 푼도 받지 않으시면서 교장 일을 보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여러 존경을 받던 교사들이 오직 기독교 신앙 아래에서 애국정신을 넣어주며, 모든 학문과 과학을 열심히 가르쳐 주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니 실로 눈물이 날 만큼 하나님의 은혜와 사람의 은혜가 컸습니다.
그리고는 평양에 있던 당시 숭실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또한 나를 인도하여 주었습니다. 그 대학은 여러분이 아시는 대로,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들이 세웠고, 교수도 대부분 그때에는 선교사들이었습니다. 이들 역시 멀리서 와서 오직 참된 신앙 아래에서 애국애족의 정신과 봉사의 마음과 같이 현대문명을 소개하여 주었고, 과학과 모든 학문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생각하면 모두 하나님의 은혜요, 또한 사람의 은혜입니다.
한국의 학교들뿐만 아니고, 그 후에 혹은 제가 다녔던 엠포리아 대학이나 프린스턴 신학교나 모두 내가 세운 학교가 아니요, 하나님께서 그의 경건한 종들을 통하여 학교를 세워 주었으므로 본국에서나 외국에서나 나는 그저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할수록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크고, 또 사람의 은혜가 얼마나 큰지 말로 다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 이것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니요, 여러분 자신들도 스스로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다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우리가 한 핏덩이로서 이처럼 험악한 세상에 와서 오늘까지 살아온 것을 생각하면 모두 하나님의 은혜요, 또 사람의 은혜입니다. 우리는 은혜의 빚을 진 사람들입니다. 누구나 이 빚을 다 갚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잊지는 않도록 삼가야 할 것입니다. 또 갚을 수 있으면 갚는 것이 더 좋을 것입니다. 성경에 보면 특별히 평안할 때에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말라고 권면합니다. 배가 부를 때에 마음이 교만하여 하나님을 잊을까 조심하라고 경고합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에 꼭 잊지 않아야 할 것을 한 가지 더 생각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약속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삼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사람과 약속을 하고, 또 하나님과도 약속을 합니다. 이 약속들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가족끼리도 약속이 있습니다. 가정은 결혼식으로 시작되는데, 결혼식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그 서약의 순서입니다. 서약은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피차에 약속하는 것입니다. 이 약속을 소홀히 여기면 아니됩니다. 내가 일찍이 결혼식을 하여 준 어떤 청년이 와서 이혼을 하겠다고 하길래, “자네 결혼식을 할 때에 한 서약은 어떻게 하겠는가?” 물으니 그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대답이 없었습니다. 모든 약속은 신성합니다. 특별히 결혼의 약속은 일생을 통한 하나님 앞에서의 약속입니다.
그리고 가정 안에서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대하여도 항상 약속을 지키도록 힘을 써야 합니다. 약속을 하지 아니하였으면 무관하지만, 일단 약속을 하였다면 그 약속을 지켜야 그 아이들이 부모를 신임하게 되고, 그 아이들 자신이 약속을 지키는 정직한 사람으로 자라납니다. 맹자의 어머니가 어떻게 항상 어린 맹자와의 약속을 꼭 지켰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잘 알고 있습니다.
제 개인의 이야기를 해서 미안하지만, 제가 일찍이 신의주에서 우리 아들 혜원이를 기를 때, 어디 갔다가 집에 돌아오게 되면, 그저 어디서든지 나를 보기만 하면 힘껏 달려와서 내 품에 안깁니다. 그런 경험을 할 때마다 ‘얘가 참 무던히 나를 믿고 의지한다.’고 하는 생각이 일어나곤 하였습니다. 또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속으로 이런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네가 나를 이렇게 믿고 의지하니 내가 참으로 네가 믿을 만한 아버지가 되어야 하겠다.’ 아버지나 어머니나 자녀들이 믿을 만한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아이들에게도 꼭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가정에서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사회에서, 내 직장에서 친구간에 맺은 약속은 꼭 지키도록 언제나 힘써야 할 것입니다. 약속은 신성하다는 관념을 언제나 잊지 않아야 합니다. 사람과의 약속이 이렇게 소중하면 하나님과의 약속은 더욱 소중하고 신성합니다. 우리 믿는 이들은 누구나 하나님과 약속을 맺은 이들입니다. 믿기로 작정하는 것도 하나님과의 약속입니다. 학습을 설 때에도 하나님과 약속합니다. 세례를 받을 때에도 하나님과 약속합니다. 직분을 받을 때에도 하나님과 약속합니다. 우리는 기도할 때에도 종종 하나님과 약속할 때가 또한 있습니다.
전에 소년 야곱이 벧엘에서 베고 자던 돌을 세워놓고 그 위에 기름을 부으면서 하나님께 축복을 구하는 동시에 자기도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서원을 한 것처럼 우리도 이따금 이러한 서원을 겸한 기도를 드릴 때가 있습니다. 특별히 위기를 당할 때에, 혹은 환난의 날에, 혹은 병석에서 우리는 간구와 같이 흔히 서원을 하는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러한 때에 나를 구원하여 주시면, 나는 앞으로 하나님을 위하여 살며, 또 일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때가 종종 있습니다.
사실, 우리 가운데 이북에서 오신 이는 38선을 넘을 때에 혹은 6?25때에 부산으로 후퇴하면서 이런 서원의 기도를 드린 이들이 많을 줄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 약속들을 잊어버릴까 조심해야 합니다. 다시 말합니다. 모든 약속은 신성합니다. 하나님과의 약속, 사람과의 약속을 꼭 지키도록 힘을 써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둘째는, 우리 한국 민족은 민족적으로 잊지 아니해야 할 두 가지가 있는 줄을 생각합니다.
제 일생에 민족적으로 제일 기쁜 날이 하루 있었고, 제일 슬픈 날이 또한 하루 있었습니다. 그날들이 어느 날인지 여러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는 8?15요, 다른 하나는 6?25의 날입니다. 8?15야말로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가장 기쁜 날이었습니다. 내가 들으니, 어떤 분은 그날 너무 기뻐서 날뛰다가 그만 뇌출혈을 일으켜서 세상을 떠난 이도 있다고 합니다. 반면에 6?25야말로 민족적으로 가장 슬픈 날이었습니다.
왜 8?15가 우리 민족에게 그렇게 기쁜 날이었던가? 그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이 우리는 그날 일제의 압박에서 해방을 받았습니다. 우리 가운데 30대는 여기에 대한 실감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40대부터는 내가 하는 말을 더 잘 알아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36년간의 일본 통치시대야말로 우리 민족사에 있어서 가장 암흑의 시대요, 바벨론의 시대였습니다.
당시 우리 민족은 일본 군국주의 아래에서 조국을 잃고, 나라 없고 국권이 없는 피압박 민족의 온갖 고통과 신음 속에 살았습니다. 당시 일제는 우리 민족을 근본적으로 말살시키려는 온갖 악랄한 정책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때는 우리말의 말살 정책을 써서 국민학교 아이들에게도 일본말로 가르쳤습니다. 우리 민족을 근본적으로 말살시키기 위하여 성까지 갈아치웠습니다. 우리 고대문화를 말살하기 위하여 모든 방법을 사용하였습니다. 교회도 말살하기 위하여 신사참배를 강요하였습니다. 경제적으로 착취한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서 우리는 8?15의 해방을 받아 다시 자유와 독립의 서광을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큰 민족적 치욕과 고통을 잊을 수 없고, 또 이런 가운데서 구원하여 주신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연합국의 혜택과 모든 애국투사들의 희생을 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이것을 잊지 아니한다면, 여기에 대한 보답의 길은 오직 하나입니다. 오늘의 우리가 참으로 이 땅에 자유가 있고, 평화가 있고, 번영이 있고, 결국은 통일이 있는 나라를 세우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내일 모레로 맞는 6?25에 대하여 잊어버릴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미 말한 대로, 이날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가장 아픈 날이었습니다. 왜? 이것은 동족상잔의 참혹한 비극인 까닭입니다. 이날 또 그해는 주일날 아침에 북한 공산당들이 소련제 탱크와 대포를 가지고 우리 같은 민족으로서 이 땅을 피로 물들게 하였습니다. 기억할 것은 그들은 그때에도 겉으로는 평화를 위장하였습니다. 북한에 감금되어 계시던 조만식 선생과 이곳에 갇혀 있던 공산당 두 사람과 서로 바꾸자고 흥정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38선을 침입한 것입니다.
공산당은 믿을 수 없습니다. 2년 전 7?4 성명과 오늘의 태도를 보세요. 이들은 위로 하나님을 모르고 아래로는 민족도 모르는, 오직 적화통일의 야망으로 가득한 집단들입니다. 이들의 가장 미워하는 대상은 우리 기독교인들입니다. 그래서 지금 북한 땅에서 교회는 아주 말살을 당하였습니다. 이들의 침략수법은 옛날이나 오늘이나 별로 변치 아니합니다. 먼저는 간첩을 침투시켜 우리 사회를 내적으로 혼란시키려 하고, 그들이 말하는 대로, 소위 결정적 시기만 되면 무력으로 침략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그래서 어린애들과 노인들까지 군사훈련을 시켜 놓고 그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과거 6?25의 교훈을 잊어버릴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이 6?25의 교훈을 잊어버리지 않는다면, 우리의 각오가 무엇이며,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여야 하는가를 또한 분명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이러한 시기에 우리는 그들이 감히 침략할 수 없는 국가와 사회로 지키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이것만이 이 땅 위에서 다시 민족상잔의 참화를 피하고, 평화를 유지하며, 나아가서는 앞날의 옳은 통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우선 우리는 정부와 국민이 다 같이 깨어서 준비하고 있어야 할 때입니다. 옛날 느헤미야와 같이 한 손에는 무기를 들고, 한 손으로는 건설할 때입니다. 군대는 물론 임전태세와 현대장비가 필요하며, 국민 역시 이런 정신으로 각 방면에서 내 책임을 다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런 때야말로 사회 안정이 필요하며, 국민총화가 필요합니다.
또 정부나 국민이 다 같이 이런 사회로 유지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준전시 체제 아래에서 자연히 국민 생활에 제약이 있는 것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때일수록 국민의 소리를 들어서 그 시책에 반영해야 할 것이며, 안보에 관계가 없는 한, 이런 때일지라도 국민에게 최대한의 자유와 인권이 신장되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온갖 부정과 부패를 각계각층에서 철저히 일소해야 하며, 국민도 모든 시책을 이해하며 협력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방면에 발전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런 때에야말로 복음전파에 모든 전력을 기울여야 하며, 우리 민족의 사상을 선도하여 반공과 참된 자유 민주주의의 보루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 내가 있는 그곳에서 빛과 소금이 되어 사회의 정화, 사회정의가 실현되어 국민 단합에 기여해야 할 것입니다.
“잊어버릴까 삼가라” 개인적으로 은혜와 약속을 잊어버릴까 삼갑시다. 민족적으로 8?15와 6?25의 교훈을 잊어버릴까 삼갑시다. 기도합시다.
아버지시여, 지금 저희들이 주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은혜를 잊지 아니하는 사람, 약속을 잊지 아니하는 우리가 될 수 있도록 축복하여 주시옵소서. 또 우리는 8?15와 6?25의 교훈을 기억해서 이 땅에서 우리가 다 합해서 한마음 한뜻으로 이 땅 위에 우리나라를 옳게 세울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저희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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