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막을 내린 주말 드라마에서 열연한 김혜자 권사(남대문교회)가 약간 피곤한 모습으로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그러나 곧 월드비전을 통해 후원하는 아동들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 갑자기 표정이 밝아졌다.
"우리 아이들 얼마나 잘 크고 있는지 몰라요. 지금쯤 산타 할아버지가 그려져 있는 성탄 카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텐데…"
11년째 월드비전 친선대사로 활동하는 김권사. '친선대사'라는 말이 영 어색하다며 한사코 '월드비전을 돕는 사람'임을 강조한 그는 지난 두달여 동안 국민일보를 통해 남부아프리카를 도와준 여러 후원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부터 건넸다.
"남부아프리카는 몇 년째 계속된 가뭄으로 극심한 기근이 들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1300만명이 당장 굶어죽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국민일보를 통해 지난 9월부터 보도된 기사를 읽고 전국 각지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월드비전의 한 가족으로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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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사는 조만간 22년 동안 연기해왔던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를 끝내고 두 손에 '사랑의 빵'을 들고 지구촌의 불쌍한 어린이들을 찾아 떠날 계획이다. 그는 매년 한 차례 또는 서너번씩 월드비전과 함께 구호 지역을 방문,어린이들에게 사랑을 쏟아왔다.
지난 봄 전쟁의 상처로 깊이 얼룩진 아프가니스탄을 찾았던 김권사는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은 먹을 게 없어 야생 시금치를 마구 뜯어먹고 있었다"면서 "많이 먹으면 독이 된다는 생풀을 씹어 입 주위가 퍼런 아이들의 얼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들을 보면서 다시한번 힘 닿는 데까지 아이들을 돕기로 결심했다는 김권사는 현재 50명의 아동을 후원하고 있다.
올초 발간된 '월드비전 50년사'를 수십번 읽고 후원을 결심했다는 김권사. 그 책 속에는 한 외국인이 50명을 후원하고 있다는 감동 어린 사연이 소개돼 있었다.
"배우인 저 역시 얼마든지 그 정도는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할 수 있는데 왜 못했을까,솔직히 미안하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후원을 약속했습니다"
50명이나 되는 아동의 얼굴을 일일이 기억할 수 없는 김권사는 주 1회씩 아이들의 사진을 바꿔가며 책상 앞에 붙여놓고 이름과 얼굴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현재 그의 책상 앞에는 인도 뭄바이에 사는 '요란하게' 옷을 걸쳐 입고 있는 한 아동의 사진이 걸려 있다. 김권사는 그 사진을 보면서 "씩씩하고 건강하게 잘 커야 한다"며 기도한다고 전했다.
김권사에게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아이들을 위해 그는 온갖 정성을 다 쏟는다. 매년 성탄절이면 산타클로스가 그려져 있는 예쁜 카드와 연기자 생활을 하며 찍었던 다양한 사진들을 함께 보내준다. 또 가끔씩 아이들이 보내오는 편지에 답장을 해주곤 한다.
이렇게 아낌없이 후원했던 아동이 벌써 성년이 돼 몇해전에는 '기아체험 24시간' 때 한국을 찾아왔다. 그때의 소감은 어땠을까?
"방글라데시에 사는 제임스였어요. 의과대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갖고 찾아왔습니다. 그때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습니다. 처음 아이들은 가진 게 없었지만 저의 도움으로 잘 성장해 조금 나아진 모습의 사진을 보내오거나 학교에 간다고 전해옵니다. 솔직히 이같은 일을 안해본 사람은 그 즐거움을 모릅니다"
이 때문에 김권사는 주위에 해외아동결연을 소개해준다. 얼마 전에는 탤런트 최진실씨가 김권사의 권유로 아동을 후원하게 됐다. 또 '기아체험 24시간' 때마다 한번도 빠지지 않고 10년째 사회를 본 탤런트 박상원씨 역시 김권사의 권유로 월드비전과 인연을 맺어 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가끔씩 국내에도 도와야 할 아동이 많은데 왜 해외아동로 눈을 돌리느냐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것은 정말 몰라서 하는 소리예요. 우리나라 아동은 우리가 돕는 게 당연해요. 우리나라 아동은 먹을 게 없어 굶어죽지는 않아요. 하지만 남부아프리카나 아프간은 달라요. 그 아이들은 당장 먹을 것을 주지 않으면 굶어죽어요. 먹지 못해 피부가 썩어가고 고통에 괴로워하는 그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또 10세도 안된 어떤 아이들은 50달러 때문에 잎담배를 말아요.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합니다. 그 아이들은 노예처럼 평생 그렇게 살아야 돼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절대 그런 말 못해요. 아이들은 모두 똑같이 아름다운 꽃을 보고 새를 보며 즐거워하는 사고를 가져야 해요. 그들에게 그런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김권사는 결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관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금씩 아이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지속적인 관심으로 아이들의 꿈을 키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인들이 먼저 나서서 그 아이들 한명씩만 후원해도 밝은 웃음을 되찾아줄 수 있다고 적극 호소했다.
"제가 연기자로 빛나고 싶듯이 우리 아이들은 해맑은 웃음으로 빛나야 합니다. 자선은 베푸는 게 아니라 곧 기쁨으로 내게 다시 돌아옵니다. 다시한번 전 세계의 굶주리는 아동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을 위해 기도해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모태신앙인 김권사는 시편 23편의 말씀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시련이 있을 때마다 이 말씀을 마음 속에 새기며 위로를 받는다는 김권사. 한국인의 인자한 어머니상을 대표하는 김권사는 연기자이기에 앞서 '굶주리는 지구촌 아동들의 어머니'로 큰 사랑을 베풀고 있다<후원문의(02-783-5161∼501·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