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소천한 예수원 설립자 대천덕 신부.육신은 떠났지만 그의 신앙과 사상은 남아있다. 성령과 중보기도에 대한 그의 가르침은 많은 기독인들에게 영성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했다. 또 성경적 토지관에 대한 그의 주장은 우리에게 사회정의 실천이란 과제를 남겼다. 대신부가 생전에 강조했던 내용을 요약,게재한다. 편집자주
“토지는 하나님의 것이라” 예수원에 세워진 돌비석의 문구다.
고 대천덕 신부의 사상은 ‘하나님의 정의(justice)’ 선포와 맞물려 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르는 코이노니아와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토지 개념 실현을 들 수 있다.
정의에 대해서 대신부는 미가서 6장 8절 말씀으로 설명했다. 하나님께선 세가지를 요구하신다. 첫째는 정의, 둘째는 자비,셋째는 겸손히 하나님과 행동하는 것이다. 대신부는 어거스틴에서 나온 교리들에 대해 이 세가지의 순서를 바꿔놓고 있다며 비판해왔다. 겸손히 하나님과 행동하는 것만을 말할 뿐 자비는 행하지 않으며 정의에 대해선 결코 실행하거나 설교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하나님의 정의’를 훼손하는 불의는 두가지 수준으로 다뤄야 한다고 했다. 코이노니아를 통해 지금 여기서 가난을 해결하고 다른 한편으로 창조 질서와 토지에 대한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사회 정의를 실현함으로써 가난을 종식시키고자 하는 하나님의 궁극적인 계획에 대한 주의를 지속적으로 환기시켜야 한다는 것. 특히 가난과 불의의 근본문제는 자본주의적 토지 개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성경은 철저하게 토지의 소유에서 소외된 가난한 사람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를 실천하는 힘은 내적인 성령 충만에 따른 것이다. 대신부의 이같은 생각은 성경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인 ‘하나님을 사랑하라’와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에 입각하고 있다.
◇성령
성령에 대한 대신부의 생각은 갈라디아서 5장16∼24절 말씀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성령을 좇아 행동해 육체의 욕심을 이루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육체의 일인 음행과 추행,방탕 우상숭배 싸움 시기 분노 이기심 분열 당파심 주정 등을 일삼는 자는 결코 하나님의 나라를 차지하지 못한다. 성령께서 맺어주는 열매는 사랑 희락 화평 인내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다. 우리는 성령의 지도를 따라 살아야 하며 잘난 체하지 말고 서로 싸움을 걸지 말며 서로 질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령에 대한 강조는 대신부의 조부 토리1세부터 시작됐다. 그는 성령의 일반적인 경험으로 매일의 일과 가운데 성령의 구체적인 인도하심을 받고 다른 문제에선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성령의 지혜를 경험할 수 있었으며 잘못된 가르침에 미혹되지 않도록 분별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령의 가장 중요한 사역은 은사나 성품이 아니라 코이노니아라고 주장했다.
◇토지
대천덕 신부의 사상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성경적 토지 개념이다.토지는 하나님의 창조물이지 국가나 단체,개인의 소유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토지 가치세제를 시행하고 토지 양도세를 없애며 이자율을 낮추는 것으로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대신부는 자본주의 사회는 토지의 소유주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로 소수의 지주들이 방대한 토지를 독점하고 투기를 조장해 자신의 부를 극대화하고 다른 사람들이 토지를 이용해 생산활동을 하는 것을 방해한다. 이같은 불의를 없애고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하려면 구약성경의 희년법(레위기 25:23)을 인권의 기초,사회 정의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그는 성경의 해결책으로 빚에 대해 이자를 부과하지 않고 돈의 가치를 유지하며 공동사회를 위하여 토지임대료를 거두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체
대신부의 공동체 사상은 1965년 설립한 예수원에서 실험됐다. 기본바탕은 사도행전의 생활방식이다.
수도원의 형식에 따라 노동과 기도로 개인 영성을 훈련하고 하나님과 인격적인 관계를 수립하는 것을 기초로 하고 있다. 성경공부를 통해 성경의 진리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기도생활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구한다. 이 바탕 위에 기독교 공동체 안에서 십자가를 지는 것,받기보다 주는 것 등 성도 상호간의 관계를 설정토록 하고 있다. 모든 재산은 공유하고 가난에 찌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창조의 소박한 아름다움속에 두는 가난의 정신을 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