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란 미래를 향한 종말론적.. 2002-08-06 14:55:11 read : 30476 내용넓게보기. 프린트하기
예배는 과거를 기억함으로써 미래의 약속을 기대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돈 세리어스(Don E. Saliers) 교수. 말한다.
미국 애틀랜타 에모리대 신학과 예배학 교수이며 교회 음악과 디렉터로 사역하고 있는 세리어스 교수는 별명이 ‘성자’이며 예배학의 최고 권위자이다.
하나님께서 깊이 역사하셨던 특별한 체험의 시간이 있었습니까?
아주 어렸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할머니와 함께 살았습니다. 할머니는 신실한 감리교인이었고 저를 교회로 인도해 주셨습니다. 저는 일곱 살 때 교회에서 성도들의 찬송 소리를 들었고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 후 저는 여러 시골 교회에서 오르간과 피아노를 반주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루터교회, 성공회, 장로교회, 침례교회 등에서 연주하면서 그 때마다 하나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번은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정교회 신학자들을 만났는데 마침 부활절 저녁이라 참석자들이 성만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중심에 그리스도가 계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순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생생하게 경험했습니다. 찬송을 들으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회심이 교수님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습니까?
어렸을 때 경험은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제가 분명하게 변화된 계기가 있습니다. 2년 전 사랑하는 딸을 잃었습니다. 그때 저는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상실감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저의 생각을 변화시켜 주셨습니다. 모든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과 생명은 하나님의 은총임을 깨달았습니다. 저에게 회심은 특별한 사건을 통해서 극적으로 일어나기보다 점차적이고 성숙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일어났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서 자신을 보여주셨던 것처럼 저의 삶이 가치 있는 것임을 느끼게 하셨는데 이는 단계적으로 계속해서 이루어졌어요.
언제 신학을 공부하셨습니까? 특히 예배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대학 2학년 때라고 생각합니다. 성도들이 함께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교회에서 오르간과 피아노를 연주했는데 신학을 통해서 하나님께 찬양과 영광을 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학 시절 철학적인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일대학 신학과에서 ‘기독교 예배학’을 강의해 달라고 요청해 왔습니다. 그게 계기가 되어 신학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왜 예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예배는 신앙 생활에서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성도들이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린다는 것은 함께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크리스천으로서 정체성을 찾는 일이고 앞으로 경험하게 될 하나님 나라를 미리 맛보는 것입니다. 예배의 본질은 공동체가 모인다는 것에 있습니다. 예배를 드리기 위해 모인다는 것은 예배 외 다른 생활과도 밀접하게 연관됩니다. 성도들은 예배 때 이루어지는 성만찬, 찬양, 기도, 말씀 등을 통해서 자신과 공동체의 정체성 즉 크리스천은 누구인가에 대하여 질문하게 됩니다. 예배는 세상에 속해 사는 우리에게 우리가 누구인지, 삶의 목적이 어디 있는지 상기시켜 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배는 성도들 삶의 중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배, 약속 있는 아름다운 행위
교수님께서 예배를 하나님 나라를 향한 ‘종말론적 예술’이라고 하셨습니다.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우리는 예배를 통해서 하나님의 약속을 기억합니다. 하나님의 일, 즉 이스라엘의 역사와 예언자들과 사도들을 기억하고 특별히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멈출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과거와 현재의 역사뿐 아니라 미래의 약속도 공동체가 기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종말론적’입니다. 예배란 과거를 기억함으로써 미래의 약속을 기대하는 겁니다. 그것은 예배를 드림으로 가능합니다. 예배는 전적으로 미래를 향해 있으며 하나님의 약속을 기대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또한 예배는 하나님이 약속하신 것을 체험하는 일종의 느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를 향한 미래의 비전을 위해서 함께 기도하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약속하신 것을 이루시도록 기대한다는 의미에서 종말론적이며 예술적인 것입니다. 예배 안에 미래를 향한 약속을 기대하는 아름다운 행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의미하는 것은 단순하게 세상 마지막 날 죽음과 생명으로 심판 받는다는 의미의 종말론적이 아닙니다.
또 예배를 하나님 나라의 ‘아름다운 축하 잔치’로 표현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예배란 축하 잔치입니다. 세계 모든 언어는 잔치라는 뜻의 단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잔치는 말씀, 성직자와 평신도의 동작, 성만찬, 찬양으로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과거에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을 잔치를 통해서 이해하게 됩니다. 아주 어렸을 적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차려주신 돌잔치를 생각해 보세요. 그때는 어려서 잔치의 의미를 모두 이해할 수 없었지만 훗날 사진 등을 통해서 기억하고 기뻐하며 감사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귀중한 선물인지 나중에 깨닫게 됩니다.
예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예배가 행해질 때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신비로 남아있지만 하나님의 나라가 완전하게 실현되면 그때는 이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종말론적 예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종말론적 의미란 축하 잔치가 베풀어지는 현재에는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 없지만 훗날 이것을 기억하고 감사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자기 모습 그대로 드려야
예배를 통해서 하나님을 만나는 것 또는 하나님을 알아가는 것은 어떤 의미죠?
하나님을 알아 가는 것은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신앙을 확신하는 것 이상입니다. 또한 단순하게 내적으로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 이상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오히려 하나님을 알아 가는 것은 모든 환경을 초월해 하나님을 거듭 사랑하고, 예배하고, 두려워하며 그 안에서 기쁨과 소망을 누리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진리 안에 있으며 결코 교만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소유할 수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하나님을 소유할 수 있다면 신앙은 사라지고 우리의 일상의 삶은 그 방향을 잃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을 만나는 것은 경외함과 두려움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과 세상을 향하신 하나님의 성스러운 열정 때문에 ‘두려워하고 경외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것은 피조물에 대한 하나님의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의 느낌입니다.
우리는 이런 성스러움으로 모든 피조물 안에 있는 밝고 아름다운 것으로 찬송을 드릴 수 있습니다. 예배를 통해서 하나님에 대한 경외함이 기쁨으로 바뀌고 정직함으로 하나님 앞에 서는 것이 소망으로 바뀌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것 안에서 기쁨을 누리고 사랑하게 될 때 우리는 삶의 신비를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모든 존재들을 우리가 돌보고 기쁨을 누리는 것 그 자체가 경의로운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창조물이 할렐루야를 노래할 수 있다면 이것이 참된 예배가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성도들이 어떤 자세로 예배 드려야 합니까?
첫째로 하나님에 대한 경외함, 열린 마음, 기대감을 가지고 예배에 나와야 합니다. 물론 우리는 예배를 통해서 이러한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느낌은 매우 미세해서 우리가 그것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둘째로 자신의 소망, 두려움, 연약한 모습들을 가지고 나와야 합니다. 슬픈 마음, 애통하는 마음, 혼란한 마음 그대로 가지고 예배에 와야 합니다. 우리는 흔히 예배를 기쁨으로 드려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배는 우리의 있는 모습 그대로 하나님께 드리는 것입니다.
셋째로 우리는 예배를 통해서 일체감을 배워야 합니다. 말씀을 들음으로써 즐거워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어떻게 소속돼 있고 어떻게 받아들어야 하는지 배워야 합니다. 우리의 삶 전부를 예배에 가져와야 합니다.
한국 통일 보고 싶어
예배를 통해서 하나님을 체험한 사람들이 세상을 향한 자세는 무엇입니까?
칼빈은 예배를 드릴 때 세상을 소망과 은총으로 바라본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예배를 드리고 성만찬을 나누면서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비전을 보게 됩니다. 이때 예배는 세상에 대하여 의미를 가집니다.
예배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소망을 가지게 합니다. 교회에서 함께 빵을 떼면서 은총을 나누고 불의에 찬 세상을 향해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향해서 크리스천의 비전을 키워야 합니다. 왜냐하면 예배에서 하나님의 공의와 자비가 선포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예배는 서로 존중하도록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우리를 하나님의 자녀로 교육시켜 줍니다.
예배를 통해서 하나님을 경험한 사람들은 세상에 대하여 특정한 태도를 창조해야 합니다. 만약 하나님을 사랑한다면서 타인을 미워하면 이것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비, 공의, 정의로 세상을 치유하려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세상을 편견, 두려움, 분노로 보아서는 안됩니다.
한국을 방문하실 계획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방문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2년 뒤 한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저는 한국 교회가 서로 연합하여 삶을 나누는 현장을 보고 싶습니다. 기도원에 가서 그곳에서 순례자가 되어 산에 올라 기도하길 원합니다. 부활절 행사를 보고 싶고 신학대학을 방문해서 목회자들이 어떻게 교육받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목회자에 대한 이미지가 어떤지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시골에 가서 전원을 거닐고 싶습니다. 또 한국이 통일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조지 오골로부터 한국의 70년대 정황을 자세하게 들었습니다. 그는 정치적인 이유로 감옥에도 있었지만 레니 대사가 이곳 에모리로 모시고 왔습니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통일을 열망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이필은 / 연세대 기독교 교육학(Ph. D.) 전공
미 애틀랜타 에모리대 재학 중
jhpark55@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