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열쇠로 땅을 풀어라" 2002-06-07 18:55:48 read : 30838 내용넓게보기. 프린트하기
■ 설교자:박 종 화 목사
■ 설교일:2001년 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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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의 말씀 : 출애굽기 19:1~6
서신서의 말씀 : 베드로전서 2:4~6
복음서의 말씀 : 마태복음 16:13~20
오늘 본문에 나오는 "시온"이라는 말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온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으시고 복을 주신다는 상징입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이 잃어버린 나라를 세우려는 운동, 이스라엘을 회복하려는 운동을 "시오니즘"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선택하셨고 복을 주셔서 세계 모든 민족 위에 우뚝 세우신다는 믿음을 반영합니다. 하나님께서 영원한 반석 위에 세워주시는 것을 뜻합니다.
지난주 저는 WCC 중앙위원회 회의 때문에 독일에 갔다가, 지난주일 베를린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베를린 지역을 다섯 군데로 나누어 특별 예배를 드렸는데, 제가 가서 설교한 교회는 마침 "시온교회"였습니다. 동베를린 지역의 교회였는데 왜 시온이냐고 물어보았더니, 그 교회가 시온 산에 세워진 교회가 되기를 원해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했습니다. 그 교회는 1863년에 빌헬름 1세 왕이 특별히 그 땅에 시온의 역사가 있기를 바라는 뜻에서 세운 교회였습니다.
교회 크기는 600석 규모였습니다. 그날은 그 지역의 교회가 전부 모여서 연합예배를 드리는 날이었습니다. 날씨는 추웠고, 낡고 시끄러운 히터가 돌고 있었습니다. 교인들이 한 200명 정도 예배에 참석했는데, 목사님이 광고 시간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오늘은 즐거운 날입니다. 우리가 WCC와 함께 이 세계의 모든 폭력을 극복하고 평화를 이루자는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서 오늘 특별예배를 드리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정말 고마운 것은 지역에서 이렇게 많이 오신 것입니다. 다른 한 가지, 작년 12월 그 추운 크리스마스 예배 때 히터를 외부에서 빌려다가 땠는데, 그때 이후 오늘 다시 히터를 빌려다가 켰으니 얼마나 즐거운 날입니까. "연합예배에 그것도 600석 규모의 교회에 한 200명 모인 것을 놓고 감사할 만큼 많이 모였다거나, 추운 겨울에 특별히 히터를 빌려왔다거나 하는 것은 동독교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독일의 동쪽에 있는 교회는 서쪽에 있는 교회와 건물이 똑같습니다.
그런데 동베를린에 있는 교회는 통일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교회에 난방시설이 없습니다. 돈이 없어 난방시설을 구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지난 12월, 크리스마스에 한 번 빌려다가 켰고, 새해 들어 그날 처음 가져왔다고 하는데, 보니까 히터가 이동용 히터였습니다. 히터를 작동시키는 모터 소리는 크고 히터는 딱 세 군데밖에 없었습니다. 그 히터를 중심으로 200명이 옹기종기 앉은 것입니다. 그 히터 때문에 너무 고맙다는 것입니다.
통일 이후에 동독의 삶이 얼마나 각박한지 아마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교회 목사님이 여자 분이었는데, 너무 어려워서 서독교회와는 달리 75% 근무한다고 합니다. 월급을 75% 받는다는 뜻이랍니다. 여자 전도사님이 한 분 계시는데 30%, 사무직원은 25%라고 합니다. 25%, 30%, 75% 일한다는 건 어떻게 하는 것인지, 또 사는 데 필요한 나머지 수입을 어떻게 채우는 것인지를 물었더니 웃기만 했습니다.
이날 예배를 드리면서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이 있었습니다. 저는 설교 제목을 "평화를 위한 교회, 폭력을 극복하는 교회"라고 지었습니다. 그런데 그날이 마침 2월 4일이었고, 그날은 시온교회가 새로운 전혀 새로운 의미의 다시 살아남을 축하하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여러분이 아시는 대로 히틀러 체제하에서 가장 열렬하게 반히틀러 투쟁을 벌이면서 그 투쟁에 신학적 근거도 제공하다가 순교한 신학자가 한 분 있습니다. 2차 대전이 끝난 다음에 전 독일교회나 세계 에큐메니컬 운동권이 모두 존경하고 추모한 신학자입니다. 디트리히 본회퍼라(D.Bonhoeffer)는 신학자입니다. 많이 들어보셨죠. 이 본회퍼라는 천재적인 신학자가 나와서 독일의 고백교회 운동을 주도했는데, 이 본회퍼 목사님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목회한 교회가 바로 이 시온교회였다는 것입니다. 이 분이 베를린의 공과대학 교목 겸 교수로 있으면서 이 시온교회에서 2년 동안 목회하였습니다. 그분은 특별히 청년들을 위한 목회를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2월 4일이 그 본회퍼 목사님의 서거 95주년 추모주일입니다. 그래서 제가 맡은 1부 순서가 끝나고서 2부에는 동베를린의 마지막 주교였던 쇈 헤르(Sch nherr) 주교께서 나와서 본회퍼 목사의 직계 제자로서 본회퍼 목사를 추모하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날 설교말씀을 드리면서 경동교회 이야기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남과 북이 갈라진 이야기도 했고, 동서독 이야기도 함께 나누면서, 우리의 갈라진 것 자체가 폭력의 한 상징임을 말했습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도 폭력이 힘이 무너진 것으로 보아야 하고, 우리의 휴전선 장벽이 머지않아 무너진다면 그것도 폭력의 극복으로 봐야 한다는 등등의 설교를 했습니다. 그런데 설교를 마치고 단을 내려오자 교인들 200명이 얼마나 큰 박수를 치는지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설교하고 아멘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박수 받아본 것은 처음입니다. 그래서 예배를 마치고 나서 왜 박수를 쳤냐고 물었더니, 모두들 자기도 모르게 박수를 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분단으로 아픈 우리의 가슴을 자기들의 아픈 가슴과 연결시킨 얘기가 가슴에 와 닿았던 모양입니다.
설교 중에 우리 경동교회가 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클리닉 얘기를 조금 했습니다. 그런데 그분들 말씀이 현재 베를린에만 불법 이주 노동자가 50만 명이 넘는데, 그들을 위한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것입니다. 주로 유럽 사람들의 이야기이겠습니다만, 이제 세상은 바뀌었고 더불어 살아야 되겠는데, 불법 노동자로 와서 사는 이들은 매일 같이 추방당하고, 그 와중에도 먹고살기는 해야 되겠고, 병들면 치료라도 해주어야 되는데 어찌할지를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동교회가 벌이는 선한 이웃 클리닉 봉사가 참 훌륭하다고, 그걸 자기들한테 "수출"할 수 없느냐고 합니다.
통일 후 10년이 지난 지금, 자기들은 본회퍼 목사가 시작했던 평화운동과 참 신앙을 갖자는 신앙운동을 본회퍼 서거 95주년에 다시 시작하려고 하는데, 너무 힘들고 돈도 너무 없고 조건도 너무 열악해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랍니다. 할 수 있는 한 우리도 참여할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왔습니다.
사실 이 교회는 지금도 시온교회, 시온 산 위에 선 교회가 되고 싶어합니다. 통독이 된 지금 동독 지역을 중심으로 협력의 기초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런데 과거 공산당 치하에서는 교인됨이 사회적으로 불이익이었지만 교회 나오는 사람은 정말 열심히 나왔습니다. 그러나 통일이 된 지금 그리스도인 숫자는 동독 지역 시민 전체의 20%를 넘지 않는데, 그 20% 인구 중에서도 출석하는 교인은 5%라고 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교인이 되면 종교세를 내야 합니다. 세무서에서 소득세액의 십일조를 종교세 명목으로 별도로 떼어갑니다. 시민으로서 세금 내기도 어려워 죽겠는데, 예수 믿는다고 또 세금의 십일조를 떼어가니까, 많은 사람들이 잠시 교회를 등지기로 했답니다. 언젠가는 돌아오리라고 생각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 베를린에는 재등록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교회를 떠난 사람들 중에는 다시 교회에 오고 싶어도 자기가 다니던 교회에 다시 가서 등록하기가 심리적으로나 여러 가지로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베를린 중심부에, 쿠르쉐(Krusche) 감독이 위원장이 되어, 누구든지 교회에 다시 등록하고 싶은 사람들의 등록을 받는 장소를 마련했답니다. 누구든지 오면 쉽게 다시 등록할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 감독님이 어느 젊은 부부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어느 부부가 찾아왔는데 이전에는 예수야 늙어 죽기 전에 믿는 것이지 젊을 때 믿을 필요가 있겠나 생각하고서 교회를 떠나고 세금도 안 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아서 학교를 보내자 애가 학교에서 종교교육도 받게 되고, 교회에도 나가고 주일학교, 중고등부를 다니며 세례도 받게 되는데, 부모는 교회를 떠났으니 부모와 자식 간에 괴리감이 생기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들은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떠났다가 자식을 위해서 다시 교회를 찾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교회를 떠난 게 너무 미안해서 등록하러 다시 교회 사무실에 갈 수는 없고 해서 고민하던 중, 마침 신문에서 "누구든지 교인으로 재등록할 사람은 여기로 오시오" 하는 광고를 보고서 찾아왔다는 것입니다. 그곳을 찾아가면 자동적으로 재등록이 됩니다. 이렇게 해서 다시 등록을 받는 곳이 베를린에 생겼습니다.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 같습니다만, 이러한 현실도 있습니다. 한때 시온 산 위에 세운 교회를 꿈꾸며 출발한 교회가 지금은 너무나 텅텅 비어서, 빈자리가 너무 많아서 사람들을 모으려고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베드로전서는 이미 이렇게 말합니다. "어디가 되었든지 간에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고백하고 믿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시온'입니다. 이 시온 산 위에는 모퉁잇돌이 하나 있는데, 그 돌은 이름하여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그 돌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걸려 넘어질 수 있는 돌이지만, 믿는 사람들에게는 복과 은혜의 반석입니다." 그 돌은 사람들이 버린 돌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그 돌을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게 하십니다. 혹시 종교가 필요 없고 신앙이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예수를 잠시 버렸지만, 다시 인생의 기초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돌이킨다면 시온 산에 모이십시오. 여러분이 버렸던 그 돌이 지금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어 교회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 교회에 오시면 여러분은 다시금 선택받은 백성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오늘의 말씀입니다.
오늘 복음서의 본문을 보면,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모아놓고 물었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더냐?" 여러 가지 대답 끝에 베드로가 말합니다. "선생님, 선생님은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입니다." 그 말을 한 베드로에게 예수께서는 약속을 하십니다. "내가 그대를 반석이라 부르겠고, 아버지께서 나를 택하셨듯이 내가 그대를 택하여 베드로라는 이름의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것이니, 그대는 영원히 복 받은 사람이다."
반석 위에 세워진 교회에는 하늘과 땅이 만나는 역사가 있습니다. 반석인 예수 그리스도는 하늘과 땅을 매는 일을 했습니다. 예수 안에 하늘과 땅이 함께 있습니다. 예수는 하나님 안에 있고, 그 하나님은 예수라는 인간 속에 계십니다. 하나님과 인간이 만납니다. 하늘과 땅이 만납니다. 하늘과 땅의 만남이 일어나는 그곳, 그 시간, 그 사건, 그 인격은 이름하여 예수 그리스도! 그 예수 그리스도 자체가 시온의 반석입니다. 예수께서 다시 말씀하십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하늘과 땅이 만나는 내게로 와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십시오. 평화를 누리십시오. 기쁨을 맛보십시오. 그리고 고난의 짐은 다 내려놓으십시오. 힘들고 무거운 짐이 있으시면 이곳에 내려놓고 평안을 얻으십시오."
반석에 세워진 예수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하늘과 땅이 연결된다고 했습니다. 하늘과 땅이 연결된다는 것이 무슨 뜻입니까? 본문 가운데서 예수께서 말씀하십니다. "하늘과 땅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땅에서 잠그면 하늘에서도 잠깁니다. 땅에서 열면 하늘에서도 열립니다."
한 교회가 열린 교회인지 닫힌 교회인지는 살아 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고백하느냐 안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오늘 예수의 말씀입니다.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립니다. 땅에서 잠그면 하늘에서도 잠깁니다. 하늘의 문이 저 혼자 열리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열어놓아야 열립니다. 그러면 하늘을 땅에서 조종한다는 것입니까? 무슨 말씀입니까? 땅에서 푸는 열쇠가 뭡니까? 열쇠는 예수 그리스도가 지신 십자가입니다. 땅이 하늘을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에서 땅과 하늘이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십자가로 풀어야 땅이 풀리고 하늘이 풀립니다. 십자가 없이는, 십자가라는 열쇠 없이는 하늘은 풀리지 않습니다. 하늘의 복을 받고 싶은 분들은 반드시 십자가 열쇠를 얻으십시오.
십자가로 풀면 하늘이 열린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십자가에 죽으셨던 예수가 부활을 통해서 새로운 생명이 되셨습니다. 부활은 십자가로 풀면 하늘이 열린다는 증거입니다. 반드시 땅에서 십자가로 풀면 하늘이 열립니다. 이 말씀이 오늘 시온에 세워진 교회들에 주시는 복입니다. 여러분 오늘, 하늘 나라를 열고 싶다면 십자가의 열쇠로 당당히 열기 바랍니다. 그러면 부활이라는 이름의 하늘 문이 열립니다.
전쟁이 있는 곳에 평화의 문이 열리기를 바랍니다. 고통이 있는 곳에 기쁨의 문이 열리기를 바랍니다. 괴로움이 있는 곳에 찬송의 하늘 문이 열리기를 바랍니다. 이 분단과 대립의 땅에도 통일과 평화의 하늘 문이 십자가를 통해서 열리기를 바랍니다. 십자가 열쇠를 여러분의 열쇠로 받아 가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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