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동성애 축제 강력 반대 / 어디 ‘좋은교회’ 없습니까? 2015-04-09 21:34:07 read : 49503 내용넓게보기. 프린트하기
한교연-한기총, 서울광장 동성애 축제 강력 반대
양병희·이영훈 대표회장 공동성명… “즉각 취소하고 사과하라”
▲한교연 양병희 대표회장(왼쪽)과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오른쪽)이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국교회연합(한교연) 양병희 대표회장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이 3일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서울광장 동성애 축제 허가를 즉각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공동성명서에서 “서울시가 오는 6월 동성애자들을 위한 ‘퀴어문화축제 2015’를 서울광장에서 개최하도록 허락했다”며 “박원순 시장은 더 늦기 전에 이를 즉각 취소하고 시민들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라”고 했다.
또 “동성애는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거역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동성애자의 인권에 집착하는 것은 죄를 범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만일 우리 사회가 성소수자의 인권에 연연해 동성애의 확산을 막지 못한다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인간의 존엄성은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성경은 동성애라는 추악한 죄악의 말로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우리에게 분명히 교훈하고 있다”면서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은 성소수자들의 인권만 중요하고 그들로 인해 파괴될 우리 사회의 건전한 성 윤리와 도덕적 가치규범, 더 나아가 청소년에게 미칠 해악은 안중에도 없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결의를 다지고 있다. ⓒ김진영 기자
앞서 이들은 인사말을 통해서도 반대 의지를 분명히 했다. 먼저 양병희 대표회장은 “동성애자들의 축제가 서울 한복판인 시청 앞에서 열리는 것을 절대로 묵과할 수 없다”며 “성소수자들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동성애는 어디까지나 죄악이요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이런 행위가 버젓이 서울광장과 시내 거리 곳곳에서 벌어지도록 허가한 서울시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특별시인가”라고 물으며, “이제라도 동성애 축제 서울광장 허가를 취소하고 이런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 시민들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영훈 대표회장도 “동성애는 단순한 ‘경향’의 문제가 아니라 성경이 가르치고 있는 대로 분명한 죄”라며 “창조의 질서에도 어긋나고 사회통념과도 상반되는 등, 인간사회의 전통적인 가치와 질서를 뒤흔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동성애 반대 전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해, 기독교인들 뿐 아니라 모든 종단을 뛰어넘어 건전하고 올바른 성 정체성 및 의식을 통해 전통적인 사회적 질서와 통념을 수호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의견을 모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성애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단순히 정죄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으며, 온전히 긍휼과 관용으로 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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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목사 “먹는거 가지고 치사하게… 그러면 못써”
무상급식 중단 비판
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인 김동호 목사가 페이스북에 “밥을 먹을 때마다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면 그건 옳지 않은 일”이라며 경상남도 무상급식 중단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김 목사의 페이스북은 3만6000명 이상이 구독하는 인기 페이지다.
그는 한 아이가 항암치료로 머리가 빠지자 다른 친구들이 머리를 빡빡 깎았다는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경남의 무상급식 문제를 보며 그 머리 깎은 아이들 생각이 났다”고 운을 띄웠다. 김 목사는 “돈내고 밥먹는 아이들 틈에서 돈 안내고 밥 먹는 다는 건 참 힘든 일”이라며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 특히 사춘기의 청소년들에게는 (더 그렇다)”이라고 꼬집었다.
“무상복지에 별로 찬성하지 않는다”는 김 목사는 “그러나 아이들 학교에서 점심 밥 먹는 문제는 좀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가난한 부모 만난 죄(?)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에서 눈칫밥을 먹게 된다면 그건 슬픈 일”이라며 “밥을 먹을 때마다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면 그건 옳지 않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무상급식 폐지하려면 차라리 다 폐지하는게 낫다”며 “부잣집 아이들에겐 무상급식하지 않고 가난한집 아이들에게만 무상급식한다는거 얼핏보면 합리적인 생각 같지만 그거 가난한집 아이들 비참하게 만드는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먹는거 가지고 치사하게 특히 아이들에게 그러면 못쓴다”며 “경상남도 정말 돈이 없어서 그런다면 빨리 은퇴하고 경상남도에 내려가 학교 아이들 무상급식을 위한 NGO라도 만들고 모금이라도 해야할까 보다”라고 비꼬기도 했다.
네티즌 반응도 뜨거웠다. 한 네티즌은 “저도 보편적 복지에는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아이들 밥먹는 문제는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이건 복지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의 의무문제라고 생각한다. 거기다 줬다가 뺐는 행위는 더욱 나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아이들이 먹는 것으로 상처 받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김인천 답십리교회 소속목사(오른쪽)가 3일 서울 화곡동 자택에서 박헌홍 정금교회 목사로부터 안수기도를 받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지난 3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화곡동 자택에서 만난 김인천(47) 답십리교회 소속목사는 침대에 누워 박헌홍 정금교회 목사로부터 안마를 받고 있었다.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색경화증)을 앓는 김 목사는 혼자 움직이기도, 말을 정확히 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주송자(45) 사모는 김 목사가 안마를 받을 동안 곁을 지키며 수발을 들었다. 혀 근육에 마비가 온 김 목사가 알아듣기 힘든 어눌한 발음으로 말을 했지만 주 사모는 이를 알아듣고 요구 사항을 들어줬다.
“주변 사람들이 남편 말을 어떻게 알아듣느냐고 묻는데 저도 감으로 이해해요. 모르겠으면 재차 물어서 내용을 파악하죠. 처음엔 뜻을 알아내기 너무 힘들어 계속 묻다가 오해가 쌓여 다투기도 했지만요.”(주 사모)
1997년 예수교대한성결교회 총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김 목사는 교단 본부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기관목사로 사역했다. 그러던 2010년 어느 날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젓가락질조차 힘들어 병원을 찾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몸에 마비 증세가 보이자 2011년 의료진은 루게릭병 판정을 내렸고 1년 뒤엔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내렸다.
온몸이 점차 마비돼 죽음에 이르는 가혹한 현실에 절망한 그는 자살충동에 시달렸다. 그런 그의 마음을 다잡게 한 건 기도였다. 루게릭병 판정을 받은 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을 각오로 떠난 중국 여행에서 김 목사는 자신의 소명을 재확인했다.
총회 본부 재직 시절 북한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던 다짐을 중국에서 다시 떠올린 것이다. 북한접경지역인 삼합 지역을 방문하던 그는 북한 땅을 바라보며 ‘아버지의 마음’이란 기도문을 지었다. 김 목사는 이 기도문을 이듬해 열린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에서 낭독해 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소명을 다시 깨닫고 돌아온 김 목사는 활력을 되찾았다. 뜻이 맞는 목회자와 함께 경기도 일산에 ‘주하나교회’를 개척해 북한 선교의 필요성에 대해 설교했다. 하지만 전신마비가 계속 진행돼 목회활동을 이어가긴 힘들었다. 2013년 목회를 접은 그는 현재 병원 치료와 선배 목회자의 안수기도를 받으면서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김 목사는 전적으로 주 사모의 도움을 받아 식사 세수 등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생활비는 그가 전도사 시절 목회한 답십리교회에서 받는 후원금과 국가 지원금으로 충당한다.
“남편뿐 아니라 가족 모두 하나님 은혜로 살 수 있었어요. 루게릭병 판정 이후 방황했던 두 아들도 지금은 시간 날 때마다 아버지를 보살펴 줘요. 십시일반 도와주시는 주변 분들도 계시고요. 다만 제가 체력이 부족해 남편을 더 많이 도울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지요. 바라기는 언어능력이 회복돼 다시 강단에서 말씀을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동하는 건 제가 도우면 되니까요.”(주 사모)
인터뷰를 마친 뒤 김 목사는 안구 컴퓨터로 작성한 메시지를 기자에게 보냈다. 그는 투병 생활에 대한 심경을 이렇게 전했다.
“이 병은 생각보다 잔인합니다. 말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가 기약 없이 계속되니까요. 그러나 병을 앓으면서 그간 주님의 사랑을 누린 것에 대한 감사를 배우고 느낍니다. 스스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절절히 배웠고요. 의지조차 내 힘으로 갖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습니다. 천국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감사하는 내 마음’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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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교회는 망할 수 있다
[인터뷰] <한국교회 미래 지도 2> 공동 저자 최현식 목사
, 위기에 빠진 한국교회를 말하다
▲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부소장으로 있는 최현식 목사가 한국교회에 마지막 골든 타임 10년을 선고했다. 그는 "하나님이 주신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어느 날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당신은 앞으로 짧게 3년, 길게는 10년밖에 못 삽니다"라고 하면 기분이 어떨까. "거짓말하지 마!"라며 의사 멱살을 잡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대신 대다수는 아주 절박한 심정으로 이렇게 물어볼 것이다. "제가 더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마치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듯, 한 목사 형제가 한국교회에 이런 진단을 내렸다.
"3년 후, 한국교회의 미래는 세 가지로 갈라질 수 있다. 첫째, 선방하면 '정체'다. 둘째, 현재로서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심각한 재정 위기'다. 셋째, 재정 위기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재정 위기가 발발했을 때 얼마나 잘 처리하느냐에 따라 '교회 파산'이나 '교회 분열' 가능성도 있다." (<한국 교회 미래 지도 2>, 38쪽)
'한국교회에는 마지막 골든 타임 10년이 남았다'라며 위와 같이 진단을 내린 이들은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의 최윤식 박사·최현식 목사 형제다.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는 한국 사회와 경제 주요 지표를 토대로 한국교회의 미래를 진단한 <한국교회 미래 지도>(생명의말씀사)를 2013년 출간했고, 올해 3월, 동생 최현식 목사와 함께 한국교회가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할 방안을 제시한 <한국교회 미래 지도 2>(생명의말씀사)를 출간했다. 1권이 한국교회 미래 진단서라면, 이번에 출간한 책은 일종의 처방전인 셈이다.
동생인 최현식 목사는, 예수나무교회 담임목사와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의 부소장으로 사역하면서, 목회 현장에서 구체적인 해법과 대응 방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위기에 빠진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묻기 위해 최현식 목사를 만났다.
한국교회, 무엇이 문제이고, 왜 위기인가?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져 있다고 한다. 최윤식 박사와 최현식 목사는, 가계 부채 지표를 토대로 앞으로 2~3년 후 한국 경제가 2차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빠르면 2~3년 후, 늦어도 5~6년 후에 들이닥칠 한국의 금융 위기를 촉발하는 도화선은 가계 부채다. 미국과 일본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가계 부채가 연평균 0.7~1.1%씩 줄었다. 반면에 한국은 연평균 8.7%씩 늘었다.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의 증가율이며 GDP 성장률 3~4%보다 더 높은 증가율이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세계 언론이나 국제기구들은 한국의 가계 부채를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 이라고 비유하고 있다. 국내외의 이런 경고와 우려에도 2014년에 들어서 한국 정부는 가계 부채를 더 빠르게 늘리고 있다. 현재 매년 50~60조 원씩 늘어나는 속도다. 이런 속도면 이번 정부 말에는 최대 1,400조 원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한국교회 미래 지도 2>, 46쪽)
최 목사는 한국교회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이미 1차 위기를 이미 겪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가정들이 빚을 갚지 못해 발생하는 2차 위기가 온다고 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진짜 위기는 10년 뒤인 2028년에 생기는 3차 위기다. 2028년, 우리 사회는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이 완료되면서 교인의 절반이 직장에서 은퇴하게 된다. 가뜩이나 빚을 갚느라 힘든 이들의 수입이 현저히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곧 교회 재정의 100%를 헌금에 의존하고 있는 교회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게 된다.
"한국 경제가 어려워지면, 그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리스도인의 경제적 여건이 어려워집니다. 그러면 그 어려움이 그대로 교회 안에 반영될 겁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대다수 한국교회 빚이 많다는 것이죠."
교회에 남은 빚은 엄청난데, 성도와 헌금은 점점 줄어든다. 최 목사는 현재 한국교회가 창세기 42장의 요셉처럼 흉년에 대비해 미리 창고를 비축해 둔 상황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2030년이 되면 초대형 교회들의 부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0여 년 동안 작은 교회는 수십억 원, 중·대형 교회는 수백억 원, 초대형 교회는 수천억 원을 들여 교회를 지어 온 탓이다.
▲ <한국교회 미래 지도 2> / 최윤식·최현식 지음 / 생명의말씀사 펴냄 / 340쪽 / 1만 8,000원
"교회의 재정은 100% 교인들의 헌금에만 의존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금 교회 빚이 4조 5,000억 원 정도라는 겁니다. 한 달 한국교회의 모든 헌금을 합쳐도 평균 450~500억 원 정도인데요, 이걸로는 이자를 갚기에도 부족합니다. 전체 부채를 갚으려면 교인들이 지금보다 2~3배의 헌금을 30~40년 정도 더 해야 합니다."
지금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건축한 교회의 담임목사와 장로들은 10~20년 내로 대부분 은퇴한다. 수십 년 넘게 교회에 남아 그 빚을 갚는 것은 교인들의 몫이다. 건축을 하기로 한 책임자들은 현장을 떠나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런 재정 문제는 비단 수백억 원짜리 건축을 한 초대형 교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다수의 교회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서 '이자만 갚으면 지을 수 있다'는 심산으로 건축을 해 왔다.
최 목사는 재정적인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위기 불감증'이라고 했다. 한국교회 교인들은 '잘될 거야' 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한국교회를 지켜 주실 거야'라는 막연함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게 더 큰 위기라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마치 암세포가 어디에 붙어 있고 어디로 전이되고 있는가를 들은 환자처럼, 한국교회가 무엇이 문제이고, 왜 위기인지를 살펴봤다. 기자도 인터뷰를 하며 위기가 진짜 위기로 체감되기 시작했다. 최 목사는 이런 내용으로 교회에 나가 강연하면, 교인들도 대개 이렇게 물어본다고 한다. "목사님, 그럼 이제 저희는 이민을 가야 하나요?"
수십 년간 지속된 문제가 하루아침에 마법을 부리듯 뚝딱 해결될 수 없는 노릇이다. 최 목사는 "어떤 사람은 '죽어 가는 소리만 하지 말고 대안도 가져오라'고 한다"고 했다. 기자도 "교회들은 '말씀과 기도를 회복해야 한다' 이런 당연한 얘기보다 '구체적 해법, 교회가 성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알려 달라'고 더 많이 말하는 것 같다"고 하자, 최 목사는 본인도 잘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힘주어 말했다.
"한국교회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을 가져오라고 해요. 근데 지금까지 한국교회에서 안 해 본 프로그램이 있을까요? 아니면 프로그램이 잘못된 걸까요?
프로그램 문제가 아니에요. 지금 대안적인 뭔가가 필요한 게 아니라 한 가지 결단이 필요한 것 같아요. 목회를 할 때 교회를 성장시킬 건지, 아니면 목사 본인이 성공하려고 할 건지. 많은 신학생들에게 목회 현장에 나가서 어떤 목회를 하려고 꿈을 꾸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우리 대부분의 꿈은 성공입니다. 그런데 교인 100명, 1,000명 되는 게 하나님 기뻐하시는 성공일까요?"
최현식 목사는 한국교회에 어떤 특효약이 있다고 제시하진 않았다. 대신 의사가 환자에게 하루 세 끼 꼬박 챙겨 드시고,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라고 하는 것처럼, 한국교회의 근본 체질부터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가 말한 한국교회의 체질 개선은, 사도행전 2장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사도행전 2장 44~47절은 '믿는 사람이 함께 모여 모든 물건을 통용하고, 떡을 나누며 교제하니 믿는 사람의 수가 날마다 더해졌다'고 기록하고 있다. 최 목사는 '가난한 자, 노숙자 등 누구라도 가리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 후에 비로소 날마다 믿는 사람의 수가 더하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교회가 노숙자, 가난한 자들을 못 들어오게 막은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들을 교회 안으로 데리고 왔는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솔직히 연약한 자들, 빈곤한 자들이 교회 문턱을 넘는 건 갈수록 어려워지는 분위기에요. 예를 들어, 초대형 교회에 노숙인 같은 분들이 쉽게 들어갈 수 있을까요? 진입 장벽이 높은 건 사실이잖아요. 과연 초대형 교회가, 가난한 이들과 한데 모여 예배드리고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을까요?"
최 목사는 많은 교회들이 함께 사는 공동체보다는 믿는 사람의 수를 더하는 데만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믿는 사람의 수'를 더해야 하는데, '사람의 수'를 더하는 데만 급급하게 되고 교회 간 수평 이동 현상만 심화되고 있다고도 했다. 성장이 아니라 성공을 꾀하는 데서 기인한 모습이다.
큰 교회들부터 이런 부분들을 실천해 나간다면, 곧이어 주위의 중소형 교회들도 자연스럽게 따라갈 것이라고 했다. 좋은 의미에서의 낙수 효과다.
최 목사는 한 가지를 더 말했다. 큰 교회, 작은 교회 모두 건강한, 성장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대형 교회로 쏠려 있는 '부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버려지는 음식량은 1년에 9억 명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이에요. 쉽게 말하면 하나님께서는 이미 이 지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부를 이미 주셨다는 거죠. 문제는 부의 불균형이에요. 음식, 부가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지면 이런 문제가 해결되는데, 나눠지지 않는다는 거죠.
그런데 이런 불균형 현상을 한국교회 안에서도 똑같이 볼 수 있어요. 작은 교회, 연약한 교회들은 언제나 뭘 하고 싶어도 경제 문제로 힘들어요. 어떤 큰 교회들은 재정이 넘쳐 나요. 넘쳐 나다 보니까 하지 않아도 될 일, 해서는 안 될 일을 벌리고 있다는 거죠."
한국교회가 가진 재정적, 인적 자원은 이미 충분하지만, 이것이 대형 교회로만 쏠려 있어 작은 교회들은 뭘 하고 싶어도 못하는 현실이다. 최 목사는 교회들을 위해 큰 교회들이 재정적, 프로그램, 인적 자원을 작은 교회들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작은 교회들이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큰 교회 지도자들이 가진 것을 내려놓는 결단이 필요하다. 최 목사는 교회 지도자들이 한국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목회자 개인의 성공, 자기 교회만의 성공은 포기할 줄 아는 용기를 발휘해 달라고 했다.
10년의 골든 타임을 지켜 낼 구원투수, '신중년'
큰 교회들의 책임만 강조한 건 아니다. 한국교회가 공통적으로 대응해야 할 방안도 제시했다. 이는 인구구조가 변하면 특정 교회가 아닌 모든 한국교회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신중년을 주목하라'는 것이다. 신중년은 50~55세 사이 직장에서 정년 퇴직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최현식 목사는 2028년이면 은퇴자 수가 2,700만 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예측에 따르면, 도시 인구는 10명 중 7명, 시골 인구는 10명 중 9명이 은퇴한다.
그는 앞으로 한국교회의 구원투수로 '신중년'을 꼽았다. 미래 사회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들을 지금부터 훈련시켜, 위기 상황에 투입하는 것이 한국교회의 시대적 사명이라는 것이다. 그는 1970년대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은 그 당시 교회가 성장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지금에 맞는 패턴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8년 은퇴하는 사람들, 이분들의 나이가 대략 50~55세입니다. 보통 젊고, 은퇴했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교회에서 내버려 두면 안 된다는 거죠. 특히 이분들은 젊었을 때 여러 가지 삶의 경험을 겪었기 때문에 이 나이 정도 되면 자신을 되돌아보는 나이가 됩니다. '내가 이때까지 바쁘게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은퇴하고 나니까 돈 버는 게 전부가 아니구나, 하나님께서 내가 감당하고 주신 사명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교회에서 역동적으로 사명을 감당할 수 있는 분들임에 틀림없습니다."
▲ 한국교회는 다양한 프로그램, 대응 방법을 개발했지만, 최 목사는 그런 것들보다 더 중요한 건 한국교회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사도행전 2장이 보여 주는 교회의 원형으로 돌아가자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최 목사의 말은 2028년이 되면 그때 신중년들을 데리고 사역을 시작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2028년에 50세가 되는 이들은 지금 30대 중·후반의 교인들이다. 최 목사는 지금부터 이들을 미리 양육하고 훈련해서 미래를 대비하자고 했다. 지금 당장 다방면에서 훈련과 양육을 시작한다면, 은퇴 후 제이, 제삼의 직업을 가져도 충분히 교회에 헌신할 수 있다고 봤다.
신중년은 주일학교와 선교지를 담당할 수 있는 좋은 자원이다. 지금부터 물질과 시간의 헌신하는 훈련을 한다면, 그들이 저출산율과 고령화로 무너지는 주일학교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일학교를 살리면, 중·고등부가 살고, 청년부가 살고, 장년부가 살 거라는 게 최 목사의 말이다.
한 가지가 더 있다. 최 목사는 담임하고 있는 예수나무교회에서 '미래 준비 학교'를 임상 시험 중이라고 했다. 미래 준비 학교는 어린아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맞닥뜨릴 일들, 특히나 위기가 닥쳐올 것에 대비에 미래를 통찰하고, 준비하게 하는 사역이라고 했다. 가족이든 공동체든, 일단 모여서 미래를 준비하고, 미래에는 무엇을 할까 고민하며 비전을 찾는 모임이다.
최 목사는 임상 시험 결과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60여 명의 공동체에서 가정이 굳건해지고, 전도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이를 토대로 앞으로 한국교회에 적용해, 교회들이 미래를 잘 준비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근본적 해법으로부터 위기 탈출 시작…골든 타임을 놓치지 마라
교회 건축 빚을 줄이고, 노숙자·사회적 약자와 함께 하고, 큰 교회가 작은 교회들을 도와주는 등 지금까지 살핀 한국교회가 대처해야 할 방안들은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현식 목사는 지금이야말로 "한국교회가 근본적 해법인 성경 말씀과 복음에 근거해 위기를 헤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론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도 있다. 최 목사는 보다 실제적인 내용들을 다룬 속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심각한 위기에 있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다. 최현식 목사는 한국교회를 소생시킬 방법과 시간은 남아 있다며 방법들을 제시했다. 한국교회는 10년의 시한부 생을 선고받은 상태이다. 그러나 10년이 여생을 정리하는 시간이 아니라, 한국교회를 구출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 될 수 있다. 최 목사도, "위기는 기회와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가 합쳐진 말이라고 한다. 미래가 위험이 될지, 기회가 될지는 한국교회가 선택하기에 달려 있다. 최현식 목사는 인터뷰 도중 의미 있는 말을 하나 했다.
"복음은 절대 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망할 수 있습니다."
최현식 목사는 총신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Liverty Baptist Seminary에서 공부했다. 현재 서울 예수나무교회의 담임목사를 맡고 있고, 아시아미래교회연구소 소장,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부소장으로 일하면서 미래 예측 기법과 미래 인재 양성 등에 관한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명품 교사를 만드는 10가지 티칭 포인트>, <꿈꾸는 교사여, 절대 포기하지 마라>(브니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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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큰일 하실 분이 노란 리본 달고 다녀서야"
[인터뷰] 안산 화정교회 박인환 목사,
"세월호 참사가 진짜 교회와 가짜 교회 가려내"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단원고 고 유예은 양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진상 규명을 위해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아버지 유경근 씨는 참사 직후부터 유가족들의 대변인 역할을 맡았고, 현재는 4·16가족대책위 집행위원장이다. 어머니 박은희 씨도 광화문광장과 청운동, 국회를 오가며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예은이 가족은 안산 화정교회(박인환 목사)에 다닌다. 박은희 씨는 화정교회 전도사다. 박인환 목사는 박은희 씨에게 "진상 규명을 위해 뛰어다니더라도 토요일·주일에는 반드시 교회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야 무너지지 않고 오래 싸울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유가족들의 상황이 가면 갈수록 나빠지고 있지만, 주일이 되면 박 씨는 예은이의 쌍둥이 언니와 두 동생들을 데리고 교회로 온다고 한다.
▲ 안산 화정교회 박인환 목사를 만났다. 박 목사는 예은이 부모님이 다니는 교회 담임목사로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 노력해 왔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박인환 목사는 참사 후 어디를 가나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 용지를 들고 다녔다. 한 손에 쥘 수 있는 기도 십자가를 손수 만들어 기독교인 유가족들을 초대해 나눠 주었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에 교회가 나서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물밑으로 많은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번 부활절에는 안산 합동 분향소 앞에서 새벽 기도회를 열었고,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부활절 예배에서 설교도 했다. (관련 기사: 세월호 잊지 않은 기독교인 500명, 광화문광장서 부활절 예배 / 부활한 예수는 화려한 예루살렘이 아닌 소외된 갈릴리로 / '환희' 대신 '추모', 부활절 맞은 안산 교회들)
<뉴스앤조이>는 4월 7일 화정교회에서 박인환 목사를 만났다. 박 목사는 지난 1년간의 일을 괄괄한 어조로 들려주었다. 그가 겪은 일을 통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한국교회의 반응을 더욱 실감나게 알 수 있었다. 박 목사에게 세월호 참사는 이 땅에 진짜 교회와 가짜 교회를 구별하는 기준이었다. 아래는 박인환 목사와의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특별법 얘기만 나오면 '종북'이니 '좌파'니…한국교회 서명 10만 개나 되겠나
- 세월호 참사 이후 여러 활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계기가 있었습니까.
교인이 150명 정도 되는 작은 교회를 목회해서 그런지 교인들이 죽을 때마다 남의 일 같지가 않아요. 목회 30년 넘게 하면서 장례도 많이 해 봤지만, 여전히 가장 어려워요. 나이 많은 분들도 그런데, 어린아이들 장례를 치를 때에는 정말 힘들죠. 예은이도 참사 바로 며칠 전에 나에게 "안녕하세요" 인사했는데, 갑자기 그렇게 되어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그날 예은이에게 전화해 빨리 밖으로 나오라고 얘기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괴로워요.
그런데 참사 이후 초창기부터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더라고요. 유명 대형 교회 목사들이 말 같지 않은 말을 하고. 그런 목사들이 수천수만 명 앞에서 그런 얘기하고, 우매한 교인들이 거기에 '아멘' 할 걸 생각하니 참…. 나는 시골 교회 목사라서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될지 몰라도,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죠.
어느 날 박은희 전도사가 말하더군요. "목사님, 창피해 죽겠어요." 왜 그러냐고 했더니, 다른 유가족들이 기독교인 유가족들에게 "불교 신자인 유가족들은 절에서 서명 받아 오고, 가톨릭 신자 유가족들은 성당에서 서명 받아 오는데, 기독교인 유가족들은 뭐냐"고 한다는 겁니다. 그 말을 들으니 나도 참 부끄럽더군요.
예은이 아버지에게 물었어요. 내가 뭘 하면 도움이 되겠느냐고.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을 받는 게 저희들에게 유일한 힐링입니다" 그러더라고. 그래서 이후로 특별법 제정 서명 용지를 들고 다니면서, 주로 목사와 장로들에게 서명을 부탁했죠.
▲ 화정교회는 2015년 달력을 제작한 후, 4월 16일에 노란 리본을 일일이 붙여 지역 주민들에게 나눠 주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사람들이 서명에 잘 참여하던가요.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얘기해 주세요.
처음에 2000명분의 서명 용지를 가지고 와서 가는 곳마다 펼쳐 놨어요. 교계에서도 나름 세월호 대책위가 꾸려지고 그랬는데도, 이상하게 분위기가 서명 얘기하면 '종북'이니 '좌파'니 얘기가 나오고 적극적이지 않더라고요.
어떤 선배 목사는 서명란에 펜을 대고 앉아서 10분간 가만히 있는 거예요. 내가 화가 나서 "아이 형님, 내가 서명하라고 줬지 기도하라고 줬습니까? 기도 그만하고 서명해요!" 그렇게 해서 받은 것도 있어요.
어떤 장로는 "목사님, 앞으로 큰일 하실 분이 왜 노란 리본 붙이고 이런 일을 하십니까" 그래요. "큰일이 뭡니까"라고 물었죠. 장로가 "앞으로 경기연회 감독도 하셔야 할 것 아닙니까" 하는 거예요. 그래서 "감독이요? 아파하는 사람들을 돕자고 서명하는 것도 제대로 못하는 감독은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 서명하는 게 문제가 되어 못 한다면 그런 거 안 하는 게 낫습니다"라고 답했어요. 하도 어이가 없어서 "장로님 아들이나 손자가 그렇게 사고를 당해도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겠습니까"라고 물었더니, 그 장로가 "나는 우리 애들이 그렇게 됐다 하더라도 할 말은 합니다" 이래요. 참나….
미국에서 유학까지 하고 온 후배가 있어요. 그 목사에게 서명을 부탁했더니 "종북 세력들이 연루돼 있어서 그런 거 안 합니다" 그러는 거예요. 화가 나서 "종북이가 네 아들이냐. 미국까지 갔다 온 사람이 철없는 노인처럼 그따위 소리를 하느냐. 안 하려면 관둬라!"고 쏘아붙였죠. 그랬더니 후배가 그런 게 아니라고 하면서 서명하더라고요.
한두 명이 아니에요. 여러 목사 장로들에게 그런 얘기를 들었어요. 내가 노란 리본 배지 달고 다니면, 왜 배지 아직도 달고 있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많았어요. 그러면 나는 항상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OO님은 노란 배지 달아 보셨어요?" 그러면 십중팔구 이렇게 대답합니다. "제가 그런 걸 왜 달아요?" 제가 다시 말하죠. "한 번 달아 보지도 않은 분이 왜 아직 달고 다니느냐고 따지면 안 되죠." 종북이니 좌파니, 이상한 세뇌에 빠져 있어요, 기독교인들이. 이게 어떻게 세뇌를 당했는지 북한 동포들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해요.
▲ 박인환 목사가 직접 만든 '기도 십자가'. 한 손에 편하게 쥘 수 있게 만들었다. 박 목사는 이 기도 십자가를 기독교인 유가족 76명에게 나눠 줬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그래서 서명은 많이 받으셨어요?
하여간 어렵게 받았죠. 선후배들에게 서명 좀 받아 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교인들에게도 각자 서명 용지 가지고 가서 서명을 받으라고 했어요. 식당 운영하는 교인들은 아예 카운터에 서명 용지를 올려놨어요.
그렇게 해서 받은 서명이 1만 700개가 조금 넘어요. 인상적이었던 건,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서명을 받아 주는 거였어요. 특히 자기가 속한 단체에서 서명을 받아 저에게 전해 주신 목사와 교인들을 잊지 않고 일일이 기억하며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서명지를 담아 보내 준 봉투들은 하나도 버리지 않고 책장에 쌓아 두었어요.
그런데 한국교회 생각하면 서글프죠…. 나 같은 시골 교회 목사가 노력해도 1만 개를 받는데. 우리 교단 기독교대한감리회가 1만 개 좀 넘게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이 4만 개 좀 넘은 걸로 알고 있고. 이러면 교단이나 연합 기관들 다 합쳐도 10만 명 되겠어요? 물론 개교회나 기독교인 개인이 받은 것도 있겠지만. 교인 150만이다, 400만이다 교세 자랑하는 대형 교단들이…. 법륜 스님의 정토회만 147만이에요. 가톨릭도 수십만 받았죠.
희생자 많으면 두 배 세 배 슬퍼할 줄 알았는데…
- 이번 부활절에 안산 합동 분향소 앞에서 새벽 기도회를 주관하셨는데요. 우여곡절이 좀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 박인환 목사가 광화문광장에서 1인 시위하는 모습. (사진 제공 화정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가 합동 분향소 쪽에서 부활절 새벽 예배를 한다는 얘기가 나왔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취소됐어요. 기독교인 유가족들이 너무 실망했어요. 누군가는 거기를 지켜야 하지 않겠나 싶었죠. 부활의 소망이 가장 필요한 곳이 그곳이기도 하고. 새벽 예배를 하기로 결정하고 난 후의 얘기지만, 부활절 새벽에는 이미 유가족들이 아이들 영정 사진 들고 도보 행진을 나가서 분향소가 빈 무덤처럼 텅 비어 있는 상태였어요. 우리가 찾지 않았으면 정말 버려진 곳 같이 될 뻔했습니다.
안산시기독교연합회(안기연) 쪽에 연락해서 분향소에서 예배하는 건 어떻겠느냐고 물어봤는데, 이미 1년 전부터 장소가 정해져 있어서 며칠 앞두고 바꾸기가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감리회 안산지방 감리사니까 우리 지방 교회들이라도 분향소를 지키자고 했죠.
한 장로님이 "새벽 예배를 어디로 갈지 고민하는 목사와 교인들이 많다. 분향소에서 새벽 예배하는 걸 알려야 한다"고 제안해서 급하게 안산 지역에 현수막을 걸었어요. 그랬더니 안기연 쪽에서 찾아와 "어떻게든 연합해서 해야지. 둘로 나눠서 하면 일반인들 보기에 좋지 않다"고 하는 거예요. 그렇다고 분향소를 비울 수도 없고, 현수막에도 분명히 감리회 안산지방에서 주최한다고 했으니 문제없지 않겠느냐고 답했죠.
- 희생당한 학생들이 안산 지역 교회에도 많은데, 교회들끼리 잘 연합되지 않는 느낌이네요.
안산 지역 총 37개 교회에서 76명의 학생들이 희생당했어요. 이건 작년 7월, 세월호특별법 제정하자는 움직임이 한창이었을 때 얘기인데요. 유족들이 하도 헛소문에 시달리고 교회마저도 손가락질하고 총을 쏘니, 내가 희생자 있는 교회 목사들이 모여서 성명서라도 하나 발표하자고 제안했어요. 희생자가 가장 많은 어느 교회 목사에게 연락하려고 했는데, 대형 교회 목사라서 직접 통화도 할 수 없더라고요. 부목사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죠. 그런데 그 목사가 "그건 안기연 차원에서 할 일이지, 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는 거예요. 안기연 회장에게 다시 연락했죠. 그 교회에도 세 명이 희생당했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그 목사도 "그렇게 해 봤자 안 된다. 사람들이 관심이 없다"고 답이 왔어요. 참 씁쓸했죠. 어쩔 수 없이 혼자 광화문에 1인 시위하러 가고 그랬어요.
천주교 신자들은 교황이 와서 위로해 주고 정의구현사제단이 매번 미사도 드려 주고, 불교 신자들도 정토회 서명운동으로 위로받는데, 개신교인들은 오히려 비수로 등을 찔리고 내동댕이쳐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라. 내가 뭐 주제넘게 나설 수도 없고 능력도 없는데, 그래도 위로가 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싶었죠.
그런 생각과 함께, 그때 내가 예은이 유골 안치한 데에 넣어 주려고 작은 십자가를 하나 깎고 있었거든요. 깎으면서 생각해 보니까 ― 그때는 유가족들이 청운동에서 노숙하고 있을 때였어요 ― 기독교인 유가족들에게 기도 십자가를 하나씩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료 선후배 목사들에게 도움을 청해서 10여 명이 함께 며칠 동안 76개의 기도 십자가를 만들었어요. 직접 나무를 구하고 자르고 사포질하고 정성을 들였죠.
십자가는 작년 9월 28일 유가족들을 교회로 초청해서 나눠 줬어요. 교회 다니지 않는 유가족도 네 분이 왔었는데, 그중 한 분이 돌아가면서 이렇게 말했다더라고요. "교회가 이렇게 좋은 일도 하는 곳인 줄 오늘 처음 알았어요." 그 말을 전해 듣고 슬펐습니다. 유명 목사·장로라는 사람들에게 험한 말만 들었지, 교회는 유가족들에게 냉담하지…. 유족들이 교회에 대해 느끼는 실망감이 오죽했으면 그런 말을 했겠습니까.
▲ 박인환 목사는 선후배 동료 목사 내외 10여 명과 함께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한 기도 십자가를 만들었다. (사진 제공 화정교회)
- 안산에 있는 교회 목사로서, 1년 동안 교회의 대응이 어땠는지 체감하셨겠어요.
합동 분향소 부활절 예배 준비할 때 이런 일도 있었어요. 부활절 새벽에 같이 모여 예배드리자고 A교회 목사에게 연락했더니, 그 목사는 "지금까지 세월호를 위해 한 게 없는데 거기 참석하기가 좀 그렇다. 그래도 근처 B교회가 참석하면 같이 가겠다"면서 B교회 목사와 얘기 좀 나눠 보라고 하는 거예요.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B교회 목사에게 전화를 했죠. 그랬더니 "생각해 본 적 없는 거라 관심이 없다"고 말하더라고요. 부활절 새벽에 꼭 분향소에 모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들 희생자가 있는 교회들인데…. 넘을 수 없는 어떤 벽 같은 것을 느꼈어요.
좀 심하게 얘기하면 아이들 많이 희생된 게 무슨 계급장 같더라고요. 자기 교회에서 네 명, 다섯 명 죽었으면 나보다 네 배, 다섯 배 더 슬퍼할 줄 알았는데…. 이건 뭐 이제 남 일인 것처럼 대하는 것 같더라고요. 내 느낌이겠죠. 그 사람 속에 들어가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그랬다는 겁니다. 또 한 가지는 교회 크기가 클수록 그 목사와 대화하기 힘들고, 자기와 관련 없는 듯 얘기하는 것처럼 느꼈어요.
이런 말하면 또 큰 교회 목사들은 '저 목사 평생 시골 교회에서 목회하더니 열등의식 때문에 저러는구나' 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게 아니에요. 이건 정말 한국교회의 위기입니다. 목사들이 이 사람 저 사람 눈치 보고, 눈치 안 보고 그냥 해도 될 일도 지레 겁먹고…. 작은 교회라고 이제 그만하자는 사람이 왜 없겠어요. 그런 사람 눈치 보면 못 하는 거죠.
▲ 박인환 목사는 교회 앞에 목련나무를 옮겨 심었다. 세월호 희생자 아이들이 짧게 피었다가 져 버리는 목련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박인환 목사는 세월호 참사 1년을 보내면서 기가 막힌 한국교회의 민낯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성격처럼 시원시원하게 얘기했지만 인터뷰 내내 그에게서 느낀 건 '통탄'이었다. '나는 잘했는데 너희들은 못했다'는 게 아니었다. 목사들의 생리가 원래 그런 줄은 알았지만, 그래도 세월호 참사 앞에서는 뭔가 다를 줄 알았던 기대에 대한 절망이었다.
"고통당하는 사람은 고통당하는 거고, 고통당하지 않는 사람은 자기 일이 아닌 거예요. 철저하게 남인 거죠.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도 그냥 예배 시간에 목사들이 설교하는 것뿐이고, 교인들은 '목사님이 저렇게 설교하는구나' 고개 끄덕하고 마는 거죠. 삶으로는 전혀 나타나지 않아요. 박은희 전도사 말대로, 세월호 참사가 진짜와 가짜를 확실하게 구분해 준 거예요. 정치인이나 언론도 그렇지만 교회도 마찬가지에요."
그의 말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진짜와 가짜가 선명해지는 느낌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슬퍼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슬퍼만 하는 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수님도 말씀하셨듯, 진짜 이웃은 강도 만난 사람을 도와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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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늦어지는 문화, 사탄의 교묘한 계략”
‘건강한 청년, 건강한 결혼: 왜 포기하나요?’ 토크콘서트
▲토크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가이드포스트 제공
‘건강한 청년, 건강한 결혼: 왜 포기하나요?’를 주제로 한 기자간담회 및 토크콘서트 ‘우·연·시(우리들의 연애가 시작되는 곳)’가, 4월 4일 오후 서울 종로 파고다어학원 이벤트홀에서 진행됐다.
이번 토크콘서트에서는 <우리 사랑할까요?(두란노)>의 저자 박수웅 장로를 비롯해 ‘크리스천 데이트’ 송유창 대표, 크리스천 잡지 ‘가이드포스트’ 한송희 편집장 등의 ‘멘토’들이 연사로 나서, 자신들의 ‘연애 경험’을 곁들여 조언에 나섰다. 토크콘서트는 박수웅 장로와 송유창 대표가 공동 집필한 <연애나이를 알면 결혼이 보인다(S)> 출간을 기념해 마련됐다.
이들은 요즘 청년들을 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 등을 포기했다 해서 ‘오포 세대’라 불리는 것과 관련해, 교회가 이 문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건강한 청년, 건강한 결혼’을 주제로 함께 사역을 펼쳐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주최측은 이에 대해 “결혼이나 출산이 점점 더 힘겨워지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사회가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제는 교회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때이다. 그래서 결혼 전 크리스천 젊은이들을 더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하도록 도움을 주고, 건강한 가정을 이루기 위한 예비 커플들로 훈련시키고 돌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특강을 전한 박수웅 장로는 “결혼이 갈수록 늦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문화가 당연시되는 데는 사탄의 교묘한 계략이 숨어 있다”며 “크리스천들은 ‘믿음의 가정’을 이뤄 다음 세대에 신앙을 전해야 할 사명을 받은 존재들인데도, 세속적 가치관에 물들어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박 장로는 “요즘 세대를 여성(Female), 패션(Fashion), 감성(Feeling) 등 ‘3F 세대’라고 하는데, 여기서 특히 감성을 중시하는 문화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배우자를 찾는 과정에서도 감성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적용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수웅 장로가 청년들에게 특강을 전하고 있다. ⓒ가이드포스트 제공
그는 “연애는 배우자를 찾아가는 진지한 탐색 과정이어야 하는데, 많은 청년들을 상담하면서 소위 ‘필(feel)’이 안 통한다는 이유로 좋은 청년들을 놓치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며 “중요한 것은 필(feel)이 아니라 팩트(fact)에 있다. 서로의 진실과 본질을 보고 신앙을 함께 나누면서 관계를 만들어 간다면, 감정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수웅 장로는 모인 청년들을 향해 “이 순간부터 배우자를 찾을 때, 더 이상 세속적인 가치관이 아니라 하나님을 진정 사랑하는 그의 ‘믿음의 중심’을 보기 위해 노력하는 여러분들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북토크에 나선 송유창 대표는 집필 동기를 전했다. 그는 “‘크리스천 데이트’는 교회 내에서 짝을 찾는 일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다른 교회 청년들’을 만날 수 있도록 안전하고 편리한 통로를 만들기 위해 시작했다”며 “그러나 2년 반 동안 사역했지만, 교제를 시작한 커플은 전체 회원 6만여명 중 20%에 지나지 않았다”고 했다.
송 대표는 “이처럼 이성 간 만남에 어려움을 겪는 많은 청년들과 상담하면서 많은 사례 가운데서도 공통적인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는 바로 만남에 어려움을 겪는 자신만의 패턴을 수없이 반복하고 있더라는 점”이라며 “그래서 개인의 상황과 형편에 맞는 상담이 필요함을 느꼈고, 사례들을 바탕으로 개인의 연애 성숙도와 훈련도에 따라 5단계로 그룹을 나눠 세밀하게 조언했다”고 밝혔다.
송 대표가 운영 중인 ‘크리스천 데이트’는 크리스천 청년들이 믿음의 가정을 세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2012년 설립된 청년사역단체로, IT를 통한 ‘소개 프로그램’으로 청년들에게 정기적인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고, 건강한 연애 문화를 위한 오프라인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이후에는 청년들과의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연애는 감정이고 결혼은 현실인데, 나이가 들면서 이성을 보는 눈이 점점 높아진다’는 고민에 대해 ‘멘토’들은 “‘결혼이 현실’임을 아는 것만 해도 현실감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먼저 칭찬했다.
▲송유창 대표, 박수웅 장로, 한송희 편집장(왼쪽부터)이 이야기하고 있다. ⓒ가이드포스트 제공
이들은 “이상형은 말 그대로 ‘이상형’일 뿐이다. 우리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닌 하나님’이며, 하나님이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시는 분임을 확실히 믿는다면 우리의 배우자도 하나님께서 가장 좋은 상대를 주시리라 믿어야 한다”고 격려했다. 이들은 “하나님은 우리의 ‘욕망’이 아니라, ‘필요’를 채우시는 분임을 잊지 말자”며 “우리의 ‘이상형 리스트’를 내 ‘욕망’이 아닌 ‘필요’의 관점에서 다시 정리해 보자”고 덧붙였다.
‘교단이나 교파가 다른 이성과의 결혼 문제’에 대해서는 “교단이 다른 것은 서로 존중해 주고 이해하며 만들어갈 수 있는 ‘문화’의 차이일 뿐”이라며 “성격 차이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 복된 기회가 될 수 있듯, 다른 교단에서 믿음생활을 하고 있는 것 또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 ‘썸’이라는 말이 의미하듯 이성을 알게 돼 교제하기까지 적정한 기간과, ‘고백’을 받았을 때 대처방법 또는 결혼을 위한 기도의 방법 등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들은 “초기에 서로를 알아가는 기간은 최대 한 달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며 “한 달 정도 서로의 신앙관과 가치관을 알아가면서 교제 가능성을 검토해 보라”고 했다.
기도에 대해서는 “기도를 어떻게 하느냐보다, 만남을 준비하면서 내가 얼마나 하나님 앞에 꾸준히 기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각자 기도생활 모습과 응답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정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내 욕심이 아닌 ‘하나님의 뜻’에 맞춰가겠다는 노력과 고백 여부”라고 역설했다. 가장 좋은 기도는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하나님 보시기에 가장 좋은 길로 이끌어 달라’고 간구하는 기도라는 것.
또 고백을 받았을 때는 “본인 스스로 마음이 어느 방향으로든 향하고 있을 것”이라며 “수락 여부를 묻는 기도도 할 수 있겠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과정 속에 하나님의 뜻을 구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상대를 잘 모른다면 지인이나 부모에게 조언을 구할 수도 있지만, 최종 결정은 본인이 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수웅 장로를 중심으로 한 이들은 각계 멘토들과 함께 크리스천 청년들에게 용기와 도전을 불어넣을 수 있는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관련 도서들을 계속 발간할 예정이다(문의: 02-362-4000, 070-7570-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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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고르기의 어려움
다음은 최근에 목사를 청빙해야 할 교회의 장로에게 보낸 편지이다.
이 장로님!
요즘 교회 때문에 수고가 많지요? 이참에 평소 내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살면서 철없는 인간들이 목사라고 시건방 떠는 꼴 많이 보았습니다. 지나고 보니 목사가 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더군요. 그나마 나는 목사가 밥 벌어 먹는 수단이 되지 않으려고 스스로 매질을 하기라도 했지만.
목사 청빙 방법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목사 청빙을 단순히 설교 듣고 결정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옛날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설교 들어보고 결정을 했었지요.
그러나 사람을 한 번 만나서 말로 감동을 주는 것을 누가 못하겠습니까? 그런 것은 사기성 많은 사람이 제일 잘하지요. 행동으로 감동을 주는 것이 어렵지 말로 감동을 주는 것이 어려울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것도 차려놓은 무대에서 마음먹고 하는데…….
그것도 못하면 자질 면에서 이미 목사로서의 소질이 없는 것이겠지요.
그러면 생활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 우선 이력서를 면밀히 검토해 보아야 하겠지요. 지금 우리는 멀티미디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우선 그 목사 이름을 검색해 보아서 아무 곳에서 나타나지 않으면 그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요즘 세상에 온라인에 존재하지 않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겁니다. 멀티미디어 시대에 석기 시대처럼 살고 있는 교회들이 대부분 입니다.
내가 성결교회에 목회를 한다면 6개월 만에 전 세계는 몰라도 시드니에서는 제일 유명한 교회로 만들 방법이 있습니다. 힐송 교회가 멀티미디어를 잘 사용하지만 호주 언론의 단골 공격 대상입니다. 기술은 발달했지만 컨덴츠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다음으로 구태여 비싼 비행기값 들여서 왔다갔다 할 필요가 없습니다. skype를 통하여 화상 통화 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그런 것 못한다? 그런 사람은 이 시대의 목사로서 자격미달이지요.
아마 교인들이 보는 앞에서 화상 통화를 한다면 교인들의 참여도가 저절로 높아지고 의견을 들을 수 있으니 민주적인 절차가 자동적으로 될 것이고, 별 것 아니지만 기술적으로 젊은이들이 동원되면 더욱 새로운 목회자 청빙에 관심이 높아져서 좋을 것이고요. 교회는 젊은이들이 이끌어 가도록 해야 합니다. 나이 먹은 장로들이 무엇을 알겠습니까? 더욱이 호주에서.
참고로 지금은 세계의 어떤 기독교 회의에 가도 여성과 청년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어요. 그러므로 목회자 청빙 과정에 반드시 청년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요즘 언론에 한참 보도되고 있는 공군 무기중개상 부정혐의로 조사 받고 있는 일광 공영의 이OO은 내 친구가 담임 하고 있던 교회의 장로였습니다. 마침 이번에 그 목사가 시드니에 왔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하는데 ‘마녀사냥.’이란 말을 쓰더군요. 전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국가에 큰 손상을 가져오는 사건에 대해서 말입니다. 차라리 ‘표적수사’라는 말을 썼다면 일면 타당성이 있었을 겁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흔히 목회자들에게 결여되기 쉬운 ‘객관적 실체적 본질을 보지 못하는’ 모습을 또 다시 느꼈습니다. 목사들은 늘 자기 생각대로 설교를 해야 하는 입장에 서 있기 때문에 자기 느낀 대로 보는 주관적 경향이 강합니다.
대부분의 목사들은 속으로는 객관성이 전혀 없는 생각을 하면서도 말로는 그럴듯하게 객관적으로 포장하는 기술들을 가지고 있지요. 그러니까 필연적으로 위선적이 되기 쉽지요. 교회에 와서 진실하고 솔직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에서 보다 더 위선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목회자의 책임이 큰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사고를 할 줄 아는 목사를 만나야 성도들이 건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사들 가운데 나이는 젊은데 생각이 늙은 사람이 많습니다.
다른 것이 축복이 아니라 넓고 깊게 생각할 줄 아는 목회자를 만나는 것이 축복이고, 마음속에 자기도 모르는 도둑을 키우는 목회자를 만나면 성도들이 ‘끓는 물속의 개구리‘ 입장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흔하지는 않지만 간혹 예수의 정신에 철저하게 서 있는 목회자도 있습니다. 신자들을 영적으로 좁고 얕은 시냇물가로 아니고 넓고 깊은 대양으로 인도할 수 있는 목사도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우리가 숙명처럼 평생 벗어나지 못할 교회라는 조직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봅시다.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겠어요?
내 생각에 교회는 어떤 이들에게는 유대인들이 벗어나지 못하고 평생 그 안에서 살다 죽어야 했었을 중세기의 게토와 같은 것일 겁니다. 자발적이기도 하지만.
나는 대부분의 한국 교회, 특히 이민 교회는 거의 전부가 게토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 합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밖의 세계와 단절되어 있는. 구체적으로 정치, 역사, 문화, 철학, 과학 등과 담을 쌓고 살아서 무엇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라고 해야 맞을 겁니다.
내 이야기를 해서 대단히 미안하지만 과거에 책을 많이 가지고 있었지만 다 버리고 지금은 책장 하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책 중 어느 한 권을 뽑아도 보통 목사들은 이해하기가 힘든 책들입니다. 물론 나에게도 어렵습니다. 어떤 책을 몇 년 동안 만져 보지도 못하는 책도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어려운 책에 도전하는 것은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입니다.
대부분의 목사들은 설교 준비 외에 신학 공부를 별로 하지 않습니다. 한번 보수적 신학 프레임에 갇히면 더 공부를 하지 않아도 같은 소리를 반복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더 깊고 넓게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이 깊고 새로운 깨달음을 가지고 설교를 할 수 있겠습니까?
요즘 상한가를 치고 있는 법륜 스님의 법문이 왜 인기가 있을까요? 넓고 깊고 새롭기 때문입니다.
어느 글에서 ‘생각의 물구나무서기’라는 생소한 표현을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생각하던 방식에서 완전히 뒤집어 생각해 보는 태도를 말하는 것일 겁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세뇌 당한 관습적 사고를 하기 쉽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되기 위해선 계속 공부를 해야지요. 평신도들은 그렇게 못해도 목사는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배울 것이 있지요.
절대로 교만한 의미에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는 목사들이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성경구절을 가지고 그들이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해석으로 설교를 해도 최소한 3 년은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골프 치러 다닐 시간에 공부를 하기 때문입니다.
목사의 설교는 기도도 해야지만 결과적으로 목사의 머릿속에서 나옵니다. 그러므로 그 목사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지식의 총량에 비례할 수밖에 없지요. 무식하면 무식한 소리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이 장로는, 내가 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수백 명의 생계가 달려 있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수 백, 잘 하면 수천 명에게 영적, 정신적, 내면적 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장로의 사업보다도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 입니다. 이런 기관에 자질이 없거나 실력이 없는 사람을 책임자로 선택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솔직히 나는 또 어떤 목사가 와서 허송세월을 할까 하는 정말 걱정이 큽니다. 태평양 선교라는 허망한 구호 보다는 교민사회를 휘한 봉사와 선교에 힘을 써야 했습니다. 아마 그랬다면 지금쯤 탄탄한 교회가 되었을 겁니다.
지금 내가 쓰는 글의 내용이 딴 세상 소리 같지요? 아닙니다. 나 같이 생각하는 목사들도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