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12:20-33/ 땅에 떨어지는 밀 한 알 / 한경직 목사 2014-08-27 09:52:10 read : 14470 내용넓게보기. 프린트하기
“인자의 영광을 얻을 때가 왔도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유월절에 예루살렘에 예배하러 올라온 사람들 가운데 헬라에서 온 몇 사람이 예수를 뵙기 원하였습니다. 그래서 빌립과 안드레가 예수님께 와서 이 사실을 아뢴 것입니다. 주님은 이 말씀을 들으시고 이미 읽은 말씀과 같은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인자의 영광을 얻을 때가 왔도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주님께서는 이 헬라 사람들이 자기에게 오는 것을 보시면서 장차 헬라 사람들뿐 아니고, 천하만국에서 자기에게로 올 것을 미리 마음의 눈으로 보신 것입니다. 곧 장래에 있을 만민의 구원에 대한 비전을 미리 보시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큰 구속의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자기가 먼저 십자가 위에서 죽어야 할 것도 미리 보시고 이러한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우리 주님은 흔히 평범한 사실 가운데서 심오한 진리를 찾아내어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여기 밀 한 알이 먼저 땅에 떨어져 죽어야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말씀은 얼른 들으면 모순되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 말씀은 진리 그대로입니다. 이러한 역리적 진리를 요새는 흔히 영어로 그냥 써서 ‘파라닥시컬 트루쓰(paradoxical truth)’라고, ‘패러독스(paradox)’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 진리는 실로 기독교 신앙의 중심인 십자가와 그리스도인의 생활에 기본이 되는 원리가 되는 것입니다. 이 시간 이 땅에 떨어지는 밀 한 알의 진리를 생각할 때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축복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먼저 우리는 이 원칙을 자연계에서 분명히 봅니다. 여기에 밀 한 알이 땅에 떨어져 죽어야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농촌에서는 해마다 보는 사실입니다. 어떤 곡식이든지 그 곡식의 종자는 땅에 먼저 떨어지고 흙에 묻히고 말하자면 죽어야 그 속에서 새싹이 나서 자라 많은 열매가 달린 이삭이 나오는 것입니다. 이것은 밀뿐이 아니고 보리도 그렇고, 배도 그렇고, 조도 그렇고, 오곡이 다 그러한 것입니다. 가을에 황금물결이 넘치는 무르익은 곡식밭은 죽은 종자의 묘지 위에서만 이루어진다는 이 엄숙한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아니됩니다. 주검이 없이 큰 생명, 많은 열매는 맺을 수 없습니다.
과수원도 역시 그러합니다. 복숭아나 사과를 많이 거두려면 먼저 복숭아씨 혹은 사과 씨가 땅에 떨어지고 묻혀서 말하자면 죽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씨 속에서 싹이 나오고 그게 점점 자라서 나무가 되고 꽃이 피게 됩니다. 그 후에만 많은 과실을 맺힐 수 있습니다. 생물의 번식도 그러하다고 합니다. 한 세포가 두 세포로 번식되려면 첫 세포는 말하자면 죽어서 끊어져 분열이 되어야 두 세포로 번식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를 둘러싼 대자연계는 오직 죽음을 통하여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진리를 무언중에 외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진리는 문자 그대로 그리스도 생애에서 실현되었습니다. 주님께서 물론 육신을 입으시고 세상에 오셔서도 3년 동안 많은 일을 하셨습니다. 전도도 하시고 교훈도 하시고 병도 고치시고 많은 봉사를 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그 활동의 범위는 매우 제한되었었습니다. 지리적으로 보면 그 대부분이 갈릴리와 유다 지방입니다. 인종적으로 보면 그가 접촉한 대부분이 이스라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셔서 만민의 죄를 대속하여 죽으신 후에 부활이 있었고 오순절에 성령이 임하셨고, 그날 회개한 3,000명을 비롯해서 그다음에는 유다뿐이 아니고 사마리아뿐 아니고 온 세계에 복음이 확포(擴布)되어 수없이 많은 생명이 구원되고, 오늘날까지 세기를 통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방면에서 많은 열매를 맺게 된 것입니다. 문자 그대로 주님의 십자가의 죽음은 땅에 떨어진 밀 한 알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주님은 또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가 들리면 모든 사람을 내게로 이끌리라” 십자가의 죽으심을 의미합니다. 또 그대로 되었습니다. 죽음을 통하여 우리 주님은 많은 열매를 맺으신 것입니다. 그리고 또 이 진리는 넓은 의미에서 그리스도인의 생활에도 꼭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바로 이 말씀을 하신 다음에 요한복음 12장 25절에 주님은 계속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자기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잃어버릴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 생명을 미워하는 자는 영생하도록 보존하리라” 마태복음 16장 25절에도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으면 찾으리라”고 하셨습니다. 누가복음 17장 33절에도 “무릇 자기 목숨을 보존하고자 하는 자는 잃을 것이요 잃는 자는 살리리라”고 하셨습니다.
사복음서에 이 말씀이 다 기록된 것을 보면 우리 주님께서 얼마나 이 진리를 강조하셨는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제 목숨을 얻고자 하면 실상은 잃게 되고, 제 목숨을 잃으면 결국은 찾으리라고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이 진리를 깨닫습니까?
그 뜻은 사람이 세상에 살 때에 자기중심으로 자기의 이익, 자기의 편리, 자기의 안전, 자기의 주장, 자기의 뜻대로만 살면 그 사람은 결국 큰 생명을 잃게 되고, 그와 반대로 사람이 하나님을 중심으로 살고, 남을 위하여 살고, 큰 목적을 위하여 나의 이익, 나의 평안, 나의 안전, 나의 주장, 나의 뜻을 희생하면 얻으리라는 것입니다. 참으로 큰 생명을 얻는 것입니다.
인간이 그 생을 통하여 많은 열매를 맺으려면 자기의 야심, 자기의 향락, 자기의 욕망을 죽일 때에만 가능한 것입니다. 인간은 자기가 죽기로 결심할 때에 비로소 참으로 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밀 한 알이 땅에 떨어지는 이 자기를 낮추는 겸손한 마음, 밀 한 알이 땅 속에 묻히는, 곧 남이야 알든지 모르든지 숨어서도 봉사하는 이 정신, 밀 한 알이 땅 속에서 죽는, 곧 모든 것을 희생하는 이 정신, 그리고 장래는 온전히 하나님께 맡기는 이 큰 믿음만이 참으로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죽음을 통하여 생명을 얻게 되고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이 진리가 또한 교회 부흥의 비결이기도 합니다. 교회사를 읽어 보면 문자 그대로 죽음을 통하여 교회는 부흥되고 발전되었습니다. 첫 순교자 스데반의 죽음은 복음이 전 로마제국에 오히려 확포되게 만든 것을 우리는 봅니다. 그러므로 ‘순교자의 피가 교회의 종자’라고 옛날부터 말하여 옵니다. 순교자의 피가 많이 흐르는 그곳에 교회는 반드시 일어나고 크게 부흥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북한에서도 머지않은 장래에 교회가 반드시 일어나고 크게 부흥할 것을 확실히 믿습니다. 특별히 북한에서 많은 순교자들의 피가 흐른 까닭입니다. 죽음이 있는 곳에 많은 열매가 맺는 이 우주의 철칙은 반드시 실현되고야 말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또한 기억해야 할 것은 순교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이러한 직접적인 순교, 또 다른 반면에 간접적인 순교가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일찍이 말하기를 “나는 매일 죽노라”라고 하였습니다. 매일 죽어야 하는 순교가 있습니다. 곧 매일매일 주를 위하여 희생하는 산 순교자가 많아야 교회는 부흥합니다. 크게 부흥해서 많은 열매를 맺는 교회를 혹 봅니까? 그 열매만 보지 말고 그 배후에 숨어서 일하고 수고하고 희생하고 곧 죽는 산 순교자가 많은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제가 항상 감사히 생각하는 것은 우리 교회를 열매 맺는 교회 중 하나로 다른 이들이 보는 것 같습니다. 지난 번 미국 여행 때에도 또 금번 일본에 가서도 이런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이것이 사실이기를 나는 바랍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첫째는 하나님의 은혜요, 둘째는 우리 교회 안에 이렇게 매일 주를 위하여 수고하고 희생하는 산 순교자들이 많은 까닭입니다.
교회도 자신을 위하여 있어서는 아니됩니다. 교회 자신이 오직 전도와 봉사와 희생의 교회가 될 때 실로 교회는 많은 열매를 맺게 됩니다. 죽음을 통해서만 교회도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 이번 일본 하꼬네에서 모이는 일본 ‘캐직 컨벤션(Keswick Convention)’이라고 하는 기독교 대회에 가보니 하꼬네라고 하는 곳은 하꼬네라고 하는 높은 산 위에 온천 지대가 있는데, 거기에 좋은 여관들이 많아서 거기서 모입니다. 제가 5년 전에 갔었고 이번에 다시 초청받아 갔는데 이번에도 1,150여 명이 모였는데, 그 가운데 교역자가 500여 명입니다. 또 선교사들도 많이 왔습니다.
여러 목사와 전도자들을 만났는데 그 가운데 나고야라는 곳에서 온 여자 목사를 한 분 만났는데, 그가 저에게 준 명함을 보니까 그 명함에 ‘나고야 일맥교회 목사’라고 이렇게 박았어요. 일맥(一麥), ‘밀 하나의 교회’라는 뜻입니다. 사실을 들으니 자기 남편이 그 교회를 설립해 봉사하다가 몇 해 전에 세상을 떠나 자기가 계대(繼代 대를 이음)해서 그 교회의 목사 일을 본다고 해요.
사실 제가 그 명함을 받고 마음에 깊이 새겨진 생각은 어느 교회나 사실은 일맥교회가 되어야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어느 교회나 그 교회 안에 땅에 떨어지는 밀 한 알의 신앙과 정신을 가진 교우들이 많아야 그 교회가 부흥하고, 또한 그 교회 자체가 땅에 떨어지는 한 알의 밀이 되는 정신을 가지고 모든 사업을 해나갈 때에만 교회는 참으로 많은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죽음을 통하여 열매를 맺는 이 원칙은 또한 민족의 중흥과 국가 발전의 비결이기도 합니다. 사실 남한에 이만큼이라도 자유가 보존되는 것은 6?25 사변 때에 많은 우리의 애국 청년들과 자유를 사랑하는 세계 우방 여러 나라의 청년의 피가 이 땅에 뿌려진 까닭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국가 발전에 있어서도 매일 죽는 애국자가 또한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될 것입니다.
관청이나 회사나 어떤 직장에서나 이 땅에 떨어지는 밀 한 알의 정신을 가지고 이해하고 봉사하고 희생하는 이들이 많아야 우리나라에서 자유가 보전되고, 또한 옳게 빨리 발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인들이나 실업인들이나 교육가들이나 공무원들이나 경찰이나 군인이나 누구든지 이 땅에 떨어지는 밀 한 알의 정신을 가지고 내 나라를 지키고 내 나라를 위해서 일할 때에만 우리나라는 부흥될 것입니다.
지난달에도 각 대학에서 많은 졸업생들이 교문을 나와서 우리 사회에 진출하게끔 되었습니다. 물론 각기 소질에 따라서 전문지식과 기술을 배운 줄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기억하십시다. 지식과 기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땅에 떨어지는 밀 한 알의 정신이 꼭 필요합니다. 사회가 그대들을 냉대한다고 원망할 필요도 없는 줄 압니다. 땅에 떨어지는 밀 한 알의 정신을 가지고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 사명이 그대들에게 있다고 하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지위나 명예, 월급을 먼저 생각하지 말고 어디서든지 지성인은, 교육을 받은 이는 창조력을 발휘해서 이 땅에 떨어지는 밀 한 알의 정신으로 봉사할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면 최후에는 반드시 많은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이것은 성경이 가르치는 진리요, 아니 이 온 우주를 꿰뚫는 철칙입니다. 우리는 지난 10일 동안 노동절을 지켰습니다. 우리는 많은 근로자들이 보다 더 나은 대우를 꼭 받아야 될 것을 절실하게 느낍니다. 그러나 반면에 이러한 사정 안에서 기업주이건 근로자이건 아주 긴요한 것은, 이 땅에 떨어지는 밀 한 알의 정신입니다. 한국의 사업을 일으키고 우리 한국 민족이 다시 살아남기 위해서 누구나 이 정신으로 일해야 될 것입니다.
또한 우리 총회에서는 오늘을 평신도 주일로 특별히 지키게 되었습니다. 이미도 말씀하였지만은 교회의 부흥의 비결은 오직 평신도 하나하나가 이 땅에 떨어지는 밀 한 알의 정신을 가지고 믿고 일하고 봉사할 때에 자연히 교회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되고, 우리 민족을 다 구원해 낼 수 있는 위대한 한국의 교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면서 “사람이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르라 나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자도 거기 있으리라”고, “사람이 나를 섬기면 내 아버지께서 저를 귀히 여기시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우리 주님은 나를 따르라고 부르십니다. 우리 가운데 몇 분이나 참으로 주를 따를 각오가 되어 있습니까? 이 길은 쉬운 길이 아닙니다. 그러나 반드시 열매를 맺는 길입니다. 나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자도 있게 하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주를 따르면 주님 계신 곳에 우리도 있게 됩니다. 반드시 많은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기도합시다.
주님의 음성을 이 사순절에 다시 한번 분명히 들었습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으리라. 오 하나님 우리 아버지시여! 이 시간 은혜를 베풀어서 우리 하나하나가 이 축복을 받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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