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갖지 않기로 한 강릉 "민들레교회" 2003-01-11 10:20:26 read : 37628 내용넓게보기. 프린트하기
“민들레교회는 교회 건물을 영원히 갖지 않을 것입니다. 건물을 소유하는 것보다 이웃과 나누는 삶이 더 중요하고 우리가 어디에 모여 예배를 드리든 그곳이 바로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강원도 강릉시 민들레교회(김상도 목사)는 감히 선한 사마리아인의 역할을 하겠다고 내세우지는 않지만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겠다고 모든 성도가 마음속으로 약속하고 몸소 실천하는 열린 교회이다. 현재 민들레교회는 20평 남짓한 강릉경실련 강당을 무상으로 빌려 예배를 드리고 있다.
2001년 12월25일 창립예배를 드린 김상도 목사(48)는 “교회를 처음 시작할 때는 뜻을 같이 하는 10여명의 소박한 열정과 거창한 계획이 공존하는 가운데 불안감도 있었다”며 “그러나 창립 1년밖에 안됐지만 이제 반석 위에 놓인 교회가 돼 있음을 모든 성도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들레교회는 무기명으로 헌금하며 헌금의 50%는 반드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의 총헌금액은 314만6000원이었고 이중 반인 157만3000원을 선교비로 책정,강릉 동인병원 정신병동의 무연고 환자 60여명에게 속옷과 내의를 지원했다.
지난 1년동안 이 교회가 매월 지원해준 곳은 말기 환자와 독거노인들을 돌봐주는 갈바리재가복지센터,불우 이웃 6가구,주문진 꿈나무공부방,결식아동들이 사는 집, 알코올 상담실과 봉사동아리,독거노인 공동체인 참빛교회,강릉희망의 집,수재민 등 미처 손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지원대상자는 매월 성도들이 토론을 거쳐 결정한다.
민들레교회는 교회 운영비가 없기 때문에 20% 이상을 사회단체 등에 기부할 수 있어 결국 헌금의 70% 이상이 사회에 환원되는 셈이다.
김목사는 20년동안 일반교회에서 목회를 해왔다. 그러나 어려운 이웃을 돕느라 분주하고 실직자와 노숙인들이 쉬어가는 ‘강릉 희망의 집’을 운영하다보니 목회에 소홀한 것 같고 성도들에게도 미안해 일반교회에서의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새로운 목회의 길로 나서게 됐다.
김목사는 “우리가 지향하는 교회는 성도들이 중심이 되는 교회로 내가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도 교회가 잘 굴러간다”며 “그렇다고 대단한 교회로 봐달라는 것은 절대 아니고 그저 건강한 교회 중의 하나라고 보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릉 희망의 집’에서 김목사는 삶의 의욕이 꺾인 채 술에 절어서 살아가는 노숙인들에 대한 심리 및 알코올 중독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알코올 중독자는 횡성에 있는 십자가치료원으로 보내 금주를 돕는다.
김목사는 “민들레교회 성도들이 항상 신뢰하고 도와줘서 고맙다”며 “성도들의 성향은 항상 성경 말씀대로 살려고 하는 보수적인 사람들이며 행동은 항상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하려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들”이라고 말했다(민들레교회 홈페이지 www.knmindle.org).
강릉=변영주기자 yzbyo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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